본문 바로가기
2007.10.13 06:02

‘우거지붙이’ 말

조회 수 1056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거지붙이’ 말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를 ‘우거지’라고 한다. 먹을 게 넘치는 요즘은 무나 배추의 우거지를 버리기도 하지만, 먹을거리가 모자라던 시절에는 더없이 좋은 식료품이었다.

“긴 긴 겨울,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우거지국으로 가까스로 연명을 해 온 그들이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어느 곳이나 식량 사정은 딱해. 우리 절에서도 쌀 몇 알을 넣은 우거지죽을 끓여 먹는 형편이니까.”(이병주, 〈지리산〉)
“우거지찌개하고 신김치만 있으면 밥이 마냥 꿀맛 같은 대식가였고 ….”(박완서,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이 ‘우거지’가 ‘국·찌개’를 끓이거나 ‘죽’을 쑤는 재료로 쓰이면서 ‘우거짓국’, ‘우거지찌개’, ‘우거지탕’, ‘우거지죽’이란 이름이 생겼는데, 국어사전에는 ‘우거지김치’ 정도만 올랐고 다른 음식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음식 재료는 대개 ‘국·탕·찌개·볶음’ 등의 재료가 되므로 관련된 말을 죄다 챙겨서 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파게티’나 ‘비프스테이크’ 같은 여러 외래 음식도 국어사전에 올리는 판에 ‘우거짓국, 우거지탕, 우거지죽, 우거지찌개, 우거지부침’ 같은 우리 일상 생활과 관련이 깊고, 많이 쓰이는 낱말들을 사전에 챙겨 올리지 않는 것은 문제다. 비슷한 말인 ‘시래기’의 경우, ‘시래깃국, 시래기나물, 시래기떡, 시래기죽, 시래기지짐이, 시래기찌개’들이 사전에 수록돼 있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0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6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595
3436 “사겨라” “바꼈어요” 風文 2024.05.31 30
3435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風文 2024.05.29 72
3434 “산따” “고기떡” “왈렌끼” 風文 2024.05.31 73
3433 어이없다 風文 2024.05.29 99
3432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605
3431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664
3430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731
3429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763
3428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784
3427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789
3426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792
3425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805
3424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807
3423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811
3422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830
3421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834
3420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837
3419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844
3418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875
3417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887
3416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910
3415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91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