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255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기쁘다’와 ‘즐겁다’

국어사전에서 ‘기쁘다’를 찾으면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나다.” ‘즐겁다’를 찾으면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 이렇다. 기쁘다와 즐겁다는 같은 뜻을 지녔다는 소리다. 같은 뜻이라면 무슨 까닭에 다른 낱말을 쓰겠는가? 둘 다 느낌을 뜻하는 말이다. 그냥 느낌일 뿐만 아니라 좋은 쪽의 느낌이다. 마음이, 기분이, 몸까지도 좋다는 느낌이라는 쪽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두 말은 느낌이 오는 뿌리에서 다르다. 좋다는 느낌의 뿌리가 마음 깊숙이 박혀서 몸으로 밀고 나오면 기쁜 것이다. 좋다는 느낌의 뿌리가 몸에 박혀서 마음으로 밀고 들어오면 즐거운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쁘다’는 느낌은 마음에서 오고 ‘즐겁다’는 느낌은 몸에서 온다.

일테면, 달고 향긋한 참외를 맛나게 먹으면 즐겁다. 눈으로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보거나 좋은 영화를 보아도 즐겁다. 이런 즐거움들은 모두 입·눈·귀와 같은 몸이 먼저 좋고 나서 마음으로 좋음이 번져 들어온다. 한편, 전쟁에 나갔던 아들이 탈없이 집으로 돌아오면 어버이는 기쁘다. 몸져누우셨던 어버이가 깨끗이 나아 일어나시면 아들딸은 기쁘다. 이런 기쁨들은 어느 것이나 몸과는 상관없이 먼저 마음속에서 좋고 그런 다음 몸으로 좋음이 번져나간다. ‘기쁨’은 혼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나 ‘즐거움’은 홀로 가만히 감추고 있기 어렵다. 즐거운 것은 몸과 더불어 바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고 남들과 함께 나눠야 제격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2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7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721
3128 마스카라 바람의종 2010.06.20 13814
3127 추호도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3814
3126 냄비 / 남비 바람의종 2010.10.14 13807
3125 폭발, 폭팔, 폭파시키다 바람의종 2010.02.25 13803
3124 소담하다, 소박하다 바람의종 2012.05.03 13803
3123 히읗불규칙활용 바람의종 2010.10.21 13783
3122 토를 달다 바람의종 2008.02.01 13772
3121 도꼬리 바람의종 2008.02.05 13772
3120 유월, 육월, 오뉴월 바람의종 2012.04.23 13768
3119 충돌과 추돌 바람의종 2012.11.22 13767
3118 놈팽이 바람의종 2010.06.08 13745
3117 돋우다와 돋구다 바람의종 2010.03.22 13738
3116 승락, 승낙 바람의종 2008.12.28 13735
3115 ~라고 / ~고 바람의종 2012.01.24 13734
3114 그런 식으로 / 그런식으로 바람의종 2012.09.25 13711
3113 ‘대틀’과 ‘손세’ 바람의종 2010.05.28 13697
3112 쌀뜬물, 쌀뜨물 바람의종 2010.07.21 13680
3111 노가리 바람의종 2010.04.10 13658
3110 ‘가녁’과 ‘쏘다’ 바람의종 2010.05.12 13654
3109 앳띠다 바람의종 2010.08.07 13641
3108 송글송글, 송긋송긋 바람의종 2012.04.30 13635
3107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6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