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5.08 09:44

‘수놈’과 ‘숫놈’

조회 수 1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놈’과 ‘숫놈’

‘수놈’과 ‘숫놈’을 사이에 두고 아나운서실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맞춤법 표기는 수놈으로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놈[숟놈→순놈]이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소(황소)’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숫소’가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나운서들은 원칙과 현실 발음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이 있다.

현행 맞춤법 규정은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기로 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숫놈’을 버리고 ‘수놈’이 표준어가 되었다. ‘숫소’가 아니라 ‘수소’, ‘숫꿩’이 아니라 ‘수꿩’, ‘수나사’, ‘수은행나무’가 된 것이다.

모두가 ‘수-’로 통일됐다면 쉽겠다. 그런데 다음의 경우는 ‘수-’ 뒤의 거센 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암수’의 ‘수’가 ‘숳’에서 왔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 굳어진 것들이다. 수컷,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평아리, 수퇘지가 그것이다. 암컷을 이르는 접두사 ‘암’의 경우도 이에 준해 암컷, 암캉아지, 암캐,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평아리, 암퇘지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수’ 뒤의 거센 소리가 굳어진 것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개미’나 ‘거미’ ‘벌’의 경우 ‘수캐미’ ‘수커미’ ‘수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지만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맞춤법 규정은 ‘수개미’ ‘수거미’ ‘수벌’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숫-’을 인정하는 것은 ‘숫양’ ‘숫염소’ ‘숫쥐’ 뿐이다.

그래도 ‘수놈’ ‘수소’는 어색하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수놈’이라 쓰지만 ‘숫놈’[순놈]이라 읽는다. ‘수소’라 쓰고 ‘숫소’[숟쏘]라고 읽는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0590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01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091
    read more
  4.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Date2024.05.10 By風文 Views96
    Read More
  5.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111
    Read More
  6. 서거, 별세, 타계

    Date2024.05.08 By風文 Views136
    Read More
  7. ‘수놈’과 ‘숫놈’

    Date2024.05.08 By風文 Views141
    Read More
  8. 잡담의 가치

    Date2021.09.03 By風文 Views551
    Read More
  9. 공공 재산, 전화

    Date2021.10.08 By風文 Views565
    Read More
  10. 말의 권모술수

    Date2021.10.13 By風文 Views565
    Read More
  11. 무제한 발언권

    Date2021.09.14 By風文 Views585
    Read More
  12. 군인의 말투

    Date2021.09.14 By風文 Views599
    Read More
  13. 정치인들의 말

    Date2021.10.08 By風文 Views605
    Read More
  14. 상투적인 반성

    Date2021.10.10 By風文 Views607
    Read More
  15. 악담의 악순환

    Date2021.09.13 By風文 Views617
    Read More
  16. 법률과 애국

    Date2021.09.10 By風文 Views620
    Read More
  17. 또 다른 공용어

    Date2021.09.07 By風文 Views635
    Read More
  18. 어버이들

    Date2021.10.10 By風文 Views654
    Read More
  19.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676
    Read More
  20.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Date2022.10.09 By風文 Views690
    Read More
  21.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690
    Read More
  22. 언어적 주도력

    Date2021.09.13 By風文 Views699
    Read More
  23.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Date2022.09.17 By風文 Views702
    Read More
  24. '미망인'이란 말

    Date2021.09.10 By風文 Views717
    Read More
  25.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72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