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끄물끄물’ ‘꾸물꾸물’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올 가을 들어 전국적으로 비다운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우리도 이제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비 때문에 요 며칠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자꾸 흐려져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끄물끄물’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끄물끄물’의 발음이 어려워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꾸물꾸물’로 잘못 쓰고 있다. ‘꾸물꾸물’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혹은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끄물끄물’과는 뜻이 다르다. 이렇게 기억하면 쉽다. “날씨가 끄물끄물하다고 너까지 꾸물꾸물거리는 거니?”

날씨와 관련해서 자주 혼동하는 말 중에 ‘작열’과 ‘작렬’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렬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열(灼熱)’은 ‘사를 작’에 ‘더울 열’을 써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작열하는 태양’ ‘작열하는 사막’과 같이 쓰는 것이 맞다. 비유적으로는 ‘분노가 작열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에 ‘작렬(炸裂)’은 ‘터질 작’에 ‘찢을 렬’을 써서 ‘터져서 퍼진다’는 뜻이 있다. 포탄이 터지는 것처럼 박수가 터져 나온다거나 경기에서 공격이 연속해서 나올 때 ‘박수가 작렬하다’ ‘골이 작렬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요즘 방송이나 광고 등에서 ‘ㅇㅇ작렬’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매력이 넘칠 때, 혹은 연속해서 실수를 해댈 때 ‘매력 작렬’ ‘실수 작렬’ 등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작열’의 발음을 〔자결〕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열’과 ‘작렬’ 모두 발음은 〔장녈〕로 같다.

아무튼 당분간은 맑게 갠 하늘보다 ‘끄물끄물’한 하늘이 더 반가울 것 같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0707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118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241
    read more
  4.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Date2024.05.10 By風文 Views96
    Read More
  5.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116
    Read More
  6. ‘수놈’과 ‘숫놈’

    Date2024.05.08 By風文 Views141
    Read More
  7. 서거, 별세, 타계

    Date2024.05.08 By風文 Views143
    Read More
  8. 잡담의 가치

    Date2021.09.03 By風文 Views551
    Read More
  9. 공공 재산, 전화

    Date2021.10.08 By風文 Views565
    Read More
  10. 말의 권모술수

    Date2021.10.13 By風文 Views566
    Read More
  11. 무제한 발언권

    Date2021.09.14 By風文 Views585
    Read More
  12. 군인의 말투

    Date2021.09.14 By風文 Views603
    Read More
  13. 정치인들의 말

    Date2021.10.08 By風文 Views607
    Read More
  14. 상투적인 반성

    Date2021.10.10 By風文 Views610
    Read More
  15. 악담의 악순환

    Date2021.09.13 By風文 Views617
    Read More
  16. 법률과 애국

    Date2021.09.10 By風文 Views620
    Read More
  17. 또 다른 공용어

    Date2021.09.07 By風文 Views635
    Read More
  18. 어버이들

    Date2021.10.10 By風文 Views654
    Read More
  19. 아무 - 누구

    Date2020.05.05 By風文 Views680
    Read More
  20.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Date2022.10.09 By風文 Views692
    Read More
  21.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694
    Read More
  22. 언어적 주도력

    Date2021.09.13 By風文 Views699
    Read More
  23.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Date2022.09.17 By風文 Views702
    Read More
  24. '미망인'이란 말

    Date2021.09.10 By風文 Views717
    Read More
  25.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72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