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20 20:16

바람을 피다?

조회 수 13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을 피다?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질” 때 흔히 ‘바람을 피우다’라는 표현이 쓰인다. 이와 더불어 “바람을 피다가 걸리다”, “감히 바람을 펴” 등처럼 ‘바람을 피다’라는 표현 또한 널리 쓰이고 있다. ‘바람피지 마’라는 대중가요의 제목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바람을 피우다’에서 ‘피우다’는 타동사다. 즉,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다. 그리하여 이 표현에서는 그 앞의 ‘바람’이 목적어로 쓰인 것이고, ‘바람’에 목적격 조사 ‘을’을 결합하여 그것이 목적어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목적어와 서술어가 적절하게 호응하고 있는 표현이다. 반면 ‘바람을 피다’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피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인데 그 앞에 ‘바람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다’도 잘못된 표현이다. ‘담배를 피다’는 ‘담배를 피우다’로 바꿔 써야 한다.

한편 “밤을 새는 게 버릇이 되다”처럼 ‘밤을 새다’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이 또한 목적어와 서술어 간의 호응에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로서 그 앞에 ‘잠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다’ 대신 ‘새우다’를 써서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바람을 피우다’나 ‘밤을 새우다’ 대신 ‘바람을 피다’나 ‘밤을 새다’가 널리 쓰이는 것은 그 간결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어 사용에 대한 무신경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간략한 표현일지라도 어법을 꼼꼼히 살펴 정확하게 쓰려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47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92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874
25 자처하다, 자청하다 바람의종 2012.12.04 26154
24 부화가 치밀다, 부아가 치밀다 / 화병, 홧병 바람의종 2010.05.08 26784
23 본때없다, 본데없다, 본떼없다, 본대없다 바람의종 2010.10.18 27032
22 단추를 꿰다, 끼우다, 채우다 바람의종 2010.05.31 27547
21 연도 / 년도 바람의종 2009.04.14 27823
20 상서롭다/상스럽다 바람의종 2009.03.17 27870
19 널브러져/널부러져/너브러져/너부러져 바람의종 2012.09.12 27952
18 CCTV 윤안젤로 2013.05.13 27989
17 함바집, 노가다 바람의종 2012.11.28 29281
16 이었다, 이였다 바람의종 2012.10.08 30115
15 감질맛, 감칠맛 바람의종 2012.12.24 30365
14 양수겹장 / 양수겸장 바람의종 2012.07.25 30499
13 일찌기, 일찍이 / 더우기, 더욱이 바람의종 2012.09.26 31455
12 귀를 기울이다 / 술잔을 기우리다 바람의종 2012.08.14 32849
11 퀘퀘하다, 퀴퀴하다, 쾌쾌하다 바람의종 2012.05.09 34221
10 지도 편달 바람의종 2007.12.22 35836
9 미소를 / 활기를 / 운을 띄우다 바람의종 2012.12.12 38030
8 홰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39758
7 콩깍지가 쓰였다 / 씌였다 바람의종 2012.11.06 40693
6 핼쑥하다, 해쓱하다, 헬쓱하다, 헬쑥하다, 핼슥하다, 헬슥하다 바람의종 2010.11.26 47893
5 펴다와 피다 바람의종 2012.11.27 5080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