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9 16:52

‘~스런’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런’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다 ‘의심스런’이라는 방송 자막을 접했다. 용언 어간 ‘의심스럽-’에 어미 ‘-은’이 결합할 때에는 ‘의심스럽-’의 말음 ‘ㅂ’이 ‘우’로 바뀌기 때문에 ‘의심스러운’으로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대신 ‘의심스런’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우리말에서 ‘ㅂ’으로 끝나는 용언은 ‘잡-’(잡다·잡은·잡으니)처럼 어떤 부류의 어미와 결합하든 늘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있고, ‘덥다’(덥다·더워·더우니)처럼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ㅂ’이 다른 소리로 바뀌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ㅂ 규칙 용언’이라 하고 후자를 ‘ㅂ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의심스럽-’은 ‘ㅂ 불규칙 용언’에 속한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일상 구어(입말)에서는 ‘의심스럽-’처럼 ‘-스럽-’이 결합되어 파생된 형용사에 어미 ‘-은’을 결합할 때 ‘~스러운’ 대신 ‘~스런’을 써 왔다. ‘의심스런’, ‘자랑스런’, ‘장난스런’ 등이 모두 그렇다. 간결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듯하다. 그렇지만 ‘가렵-’, ‘정답-’ 등의 다른 ‘ㅂ 불규칙 용언’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려운’, ‘정다운’ 대신 ‘가련’, ‘정단’ 등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스러운’ 대신 ‘~스런’으로 쓰는 것은 잘못되거나 아주 예외적인 것이다.

과거의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도 ‘자랑스런’이 버젓이 쓰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처럼 ‘자랑스런’을 ‘자랑스러운’으로 수정하였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19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5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557
48 상석 風文 2023.12.05 1113
47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306
46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294
45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049
44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967
43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032
42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971
41 '-시키다’ 風文 2023.12.22 1094
40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227
39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117
» ‘~스런’ 風文 2023.12.29 1164
37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144
36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072
35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1169
34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109
33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049
32 내일러 風文 2024.01.03 1099
31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227
30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196
29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1173
28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225
27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2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