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2.08 04:50

언어적 적폐

조회 수 13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어적 적폐

‘적폐’라는 말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개인 생활 같은 데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낡은 사회조직이나 인습의 혁신을 요구하는 구호에 잘 쓰인다.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변동기에는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언어에다가 한번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비속어나 일본식 표현 등에 대해서는 쉽게 비분강개를 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언어 문제에는 그리 경각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했던 이상한 말들, 예를 들어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들을 한낱 웃음거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야말로 언어로 나타난 고약한 적폐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

언어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쓰이는 유용한 이기이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흉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러한 화법을 공직자들이 남용한다는 것은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툭하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주변화시킨다든지 부차적 문제를 가지고 ‘국기문란’으로 몰아간다든지, “그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사사로운 주관적 해석으로 공적인 결정을 밀어붙였던 일들은 언어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그 폐단을 쌓아왔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언어적 적폐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언론이 정확한 사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확한 정보 해석을 제공해주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겪은 언어적 적폐는 보통사람들이 ‘언어’와 ‘매체’의 주인이 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 매우 간결했고 에두르지 않았고 소통적이었다. 계속 이렇게 우리 모두 언어와 매체의 주인으로 언어적 적폐를 닦아내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72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2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198
3172 소태와 소도 바람의종 2008.03.27 7903
3171 짝벗 사이 바람의종 2008.03.28 7500
3170 바쁘다 바람의종 2008.03.28 5727
3169 자주꽃방망이 바람의종 2008.03.29 7969
3168 짝벗 일컫기 바람의종 2008.03.29 7053
3167 도라산역 바람의종 2008.03.29 5750
3166 방조하다 바람의종 2008.03.30 7323
3165 무궁화 바람의종 2008.03.30 5918
3164 명량·울돌목 바람의종 2008.03.30 7069
3163 오누이 바람의종 2008.03.31 7957
3162 직통생 바람의종 2008.03.31 7189
3161 가야와 가라홀 바람의종 2008.04.01 7119
3160 서방과 사위 바람의종 2008.04.01 7995
3159 마라초 바람의종 2008.04.01 6255
3158 맥문동 바람의종 2008.04.02 6384
3157 무너미·목넘이 바람의종 2008.04.03 6792
3156 선과 청혼 바람의종 2008.04.03 6616
3155 거꿀반명제 바람의종 2008.04.04 6217
3154 한내와 가린내 바람의종 2008.04.05 9352
3153 해오라기난초 바람의종 2008.04.05 8452
3152 이름 부르기 바람의종 2008.04.06 7314
3151 안겨오다 바람의종 2008.04.06 72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