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4.12.05 09:59

휘거

조회 수 250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휘거

스포츠 종목은 다양하다. 같은 육상이지만 10초 만에 ‘허무하게’ 끝나는 남자 100미터 달리기가 있는가 하면 2시간 내내 ‘지루하게’ 선수만 따라가야 하는 마라톤이 있다. 격렬한 현장 분위기 따라 함성 터지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사격이나 양궁처럼 사수의 호흡에 맞춰 숨죽여야 하는 종목도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패가 갈려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격투기가 있고, ‘경기 관전’보다는 ‘연기 감상’이라 하는 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종목’이 있다. 리듬체조와 피겨스케이팅이 그렇다.

지난 주말 펼쳐진 김연아의 연기는 눈부셨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 플라잉 카멜 스핀, 더블 악셀, 레이백 스핀, 스텝 시퀀스-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구성된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은 훌륭했다. 트리플 악셀을 내세운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트리플’은 ‘(공중)3회전’이고 ‘러츠’는 기술을 처음 선보인 사람 이름에서 온 명칭이다. 트리플 악셀은 피겨스케이팅에서 유일하게 앞으로 뛰어오르는 기술이다. ‘2회전 콤비네이션…3회전 루프…원형 스텝…3회전 살코 점프…’(토리노올림픽 중계 해설자) 같은 설명이 실황중계에서 사라진 게 아쉽다.

지난달 북한 보통강변에 있는 ‘빙상관’(아이스링크, 빙상경기장)에서는 ‘빙상무용’(피겨스케이팅)이 펼쳐졌다. ‘모범출연’(시범경기) 방식이었다. 중계 영상을 보니 연기와 기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신 스포츠를 체제유지 수단으로 삼으려는 뜻은 강하게 드러났다. “장군님의 약속을 지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케트’(스케이트)를…”처럼 삼대세습을 찬양하며 시작한 행사는 ‘… 목숨으로 사수’하겠다는 노래에 맞춰 수십 명이 나선 ‘집체출연’과 ‘스케트무용’(아이스댄싱), ‘쌍경기’(듀엣) 등으로 구성되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이 행사 이름은 ‘백두산상 국제휘거축전’. ‘휘거’는 피겨를 가리키는 북한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83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35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334
3018 스스럼없다 風磬 2007.01.19 12941
3017 쥐뿔도 모른다 바람의종 2008.01.29 12938
3016 마는, 만은 바람의종 2010.10.11 12925
3015 사위스럽다 바람의종 2010.11.11 12903
3014 되려, 되레 바람의종 2010.07.17 12899
3013 섬뜩하다, 섬찟하다 바람의종 2010.11.11 12897
3012 12바늘을 꿰맸다 바람의종 2010.12.19 12885
3011 체제와 체계 바람의종 2010.09.01 12881
3010 퍼드레기 바람의종 2012.09.28 12864
3009 군불을 떼다 바람의종 2007.12.28 12864
3008 디귿불규칙용언 바람의종 2010.03.16 12860
3007 밥힘, 밥심 바람의종 2010.03.02 12859
3006 언어의 가짓수 바람의종 2007.09.26 12843
3005 작다와 적다 바람의종 2010.07.21 12831
3004 가관이다 바람의종 2007.04.28 12828
3003 접두사 '햇-, 숫-, 맨-' 바람의종 2012.02.01 12826
3002 직업에 따른 영웅 칭호 바람의종 2010.03.16 12816
3001 나즈막한 목소리 바람의종 2011.12.13 12810
3000 맹숭맹숭, 맨송맨송 바람의종 2010.11.01 12785
2999 수능 듣기평가 바람의종 2011.11.25 12782
2998 뭘로 / 뭐로 바람의종 2012.10.17 12781
2997 나들목 / 조롱목 바람의종 2011.11.10 127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