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3.28 13:38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조회 수 195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광어와 우럭은 물론이고 숭어와 병어도 회 떠서 먹을 수 있는 곳, 동태전과 해물버섯완자전 따위의 갖가지 저냐를 먹을 수 있는 곳, 꼬막과 생골뱅이를 맛보며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는 곳, 멧돼지와 메추리, 군참새(참새구이)를 꼬치구이로 차려내는 흔치 않은 곳. 거기는 ‘김씨가 30여년 전 빈털터리로 상경해 손수레 꼬치장사로 돈 모아 20년 전 작은 가게를 차려 600명이 앉을 수 있는 큰 업소로 키워낸 곳’이었다.(ㄱ신문) 말 그대로 ‘육해공’을 싼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발길이 잦던 그 집 차림표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때’ 먹고 마시던 것들이 새삼스럽다.

차림표에 적혀 있는 ‘쭈꾸미’, ‘꼼장어’, ‘오돌뼈’는 주꾸미, 곰장어(먹장어), 오도독뼈로 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이다. ‘모래집’의 사전 뜻풀이는 ‘1. 모래를 이용하여 지은 작은 집. 2. 사형 주조(모래로 만든 거푸집)의 일부분이 깨어지며 주물 안에 끼어들어서 생긴 결함. 3. 양수가 들어 있는 태아를 둘러싼 얇은 막(양막)’이니 모래주머니 또는 닭똥집(닭의 모래주머니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하는 게 규범에 맞는다.(표준국어대사전) ‘정종’(正宗, 마사무네), ‘가이바시라’(貝柱)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기에 청주, 조개관자(패주)로 다듬은 표현이다.(국립국어원)

영화감독인 후배 등과 어우러진 어느 날, 그 자리에서 만난 당시 전공의 과정을 밟던 이가 보낸 문자메시지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그곳이었는데 거기가 불타 사라지다니…’ 한 줄이 그 집 차림표를 찾아보게 해주었다. 불현듯(불을 켜서 불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갑자기 어떠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모양)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전문의가 된 그와 대작했던 거기는 목로(널빤지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를 앞에 두고 정담 나누는 목로주점이었다. 그 집은 지난 일요일 밤 불에 타 사라졌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796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4488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385
    read more
  4. 자웅을 겨루다

    Date2008.01.28 By바람의종 Views20671
    Read More
  5.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Date2012.08.16 By바람의종 Views20606
    Read More
  6. 잔떨림

    Date2013.03.18 By윤안젤로 Views20567
    Read More
  7. 찰라, 찰나, 억겁

    Date2012.01.19 By바람의종 Views20403
    Read More
  8. 뒤처리 / 뒷처리

    Date2008.06.07 By바람의종 Views20310
    Read More
  9. 외래어 합성어 적기

    Date2012.12.12 By바람의종 Views20295
    Read More
  10. 옴쭉달싹, 옴짝달싹, 꼼짝달싹, 움쭉달싹

    Date2010.08.11 By바람의종 Views20241
    Read More
  11. 고수레

    Date2006.09.18 By風磬 Views20216
    Read More
  12. 가늠하다, 가름하다, 갈음하다

    Date2011.12.30 By바람의종 Views20156
    Read More
  13. 회가 동하다

    Date2008.02.01 By바람의종 Views20102
    Read More
  14. 어떠태?

    Date2013.01.21 By바람의종 Views19975
    Read More
  15. 배알이 꼬인다

    Date2008.01.12 By바람의종 Views19951
    Read More
  16. 역할 / 역활

    Date2009.08.27 By바람의종 Views19880
    Read More
  17. 요, 오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873
    Read More
  18. 진무르다, 짓무르다

    Date2010.07.21 By바람의종 Views19794
    Read More
  19. 조개

    Date2013.02.05 By바람의종 Views19718
    Read More
  20. 봄날은 온다

    Date2013.03.27 By윤안젤로 Views19685
    Read More
  21.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Date2012.07.02 By바람의종 Views19677
    Read More
  22. 기가 막히다

    Date2007.12.29 By바람의종 Views19606
    Read More
  23.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Date2013.03.28 By윤안젤로 Views19598
    Read More
  24. 에요, 예요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593
    Read More
  25. 매기다와 메기다

    Date2010.03.12 By바람의종 Views1951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