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6.15 11:46

차후, 추후

조회 수 18551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바루기] 차후, 추후

무더위가 시작된 8월의 어느 날, 민규 집에선 가족회의가 한창이다. 안건은 에어컨 교체 문제.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다며 툴툴대는 민규와 한 달 뒤면 가을인데 참아 보라는 어머니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일단 수리해 보고 '추후' 이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안을 냈다. 하지만 민규는 '차후' 열심히 공부할 테니 에어컨을 바꿔 달라고 떼를 썼다.

민규 가족은 회의 중 '차후'와 '추후'라는 표현을 썼다. 두 단어는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후(此後)는 '지금부터 이후'를 가리키는 말로 지금이 포함되고, 추후(追後)는 '어떤 일이 지나간 얼마 뒤'를 일컫는 말로 지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막연하게 '나중' '다음'을 뜻하는 '추후'와 달리 '차후'는 기준 시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규가 언급한 '차후'는 자신이 말한 시간 이후엔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가 되고, 아버지가 말한 '추후'는 에어컨 수리 이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체 문제를 다시 의논해 보자는 뜻이 된다.

이처럼 '추후'는 시점이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므로 "장소는 추후에 다시 정하기로 했다" "세부 사항은 추후 결정토록 하자" "날짜는 추후에 알려 주겠다"와 같이 과거.현재.미래 시제의 어느 문장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차후'는 "차후에는 그곳에 가면 안 된다" "차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다"처럼 현재부터 앞으로의 의미가 있을 때만 쓰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32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28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909
3348 상석 風文 2023.12.05 1037
3347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038
3346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040
3345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043
3344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043
3343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044
3342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044
3341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044
334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046
3339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047
3338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052
333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053
3336 쓰봉 風文 2023.11.16 1054
3335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055
3334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056
3333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056
3332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056
3331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058
3330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063
3329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064
3328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066
332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0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