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럽히다
'물속에 발을 담그면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계곡-. 동화 속에나 나옴 직한 그런 인적 드문 골짜기가 아직도 이 땅에 남아 있다.'
'5월의 싱그러운 산들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간질이며 지나갔다.'
'강아지풀을 뽑아 잠자는 동생의 콧구멍을 간지럼 태우자 동생은 잠결에 코끝을 비벼댔다.'
'간지럼 태우다' '간지럼 먹이다'를 한 단어로 표현할 경우 '간질이다'와 '간지럽히다' 중 어느 것이 맞을까? '간질이다'가 맞다. '간지럽히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그런데 형용사 '간지럽다'를 (사)동사로 만들어 '간지럽히다'로 쓰는 것은 정말 잘못일까. '-히-'는 일부 형용사 어간 뒤에 붙어 '사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괴롭히다(←괴롭다), 붉히다(←붉다), 어지럽히다(←어지럽다) 등이 그 예다. '간지럽히다'는 이들과 같은 형태다. 맞춤법에서 '간지럽히다'를 비표준어로 규정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다들 잘 알고 있다시피 언어는 스스로 생성하고 소멸한다. 실제 언어생활에서도 '간질이다'보다 '간지럽히다'가 훨씬 많이 쓰인다.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그 말은 사어(死語)가 된다. '덥다'의 사동사 '덥히다'가 많이 사용돼 새로 표준말이 된 것처럼 '간지럽히다'에도 생명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현실에서도 많이 쓰이며, 우리말 만들기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간질이다, 간지럽히다, 간지럼 태우다 등 우리말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간지럽히다'를 복수표준어로 허용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080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7322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2228 |
3149 | 가차없다 | 바람의종 | 2007.04.28 | 10744 |
3148 | 가책 | 바람의종 | 2007.05.25 | 11683 |
3147 | 가파르다의 활용 | 바람의종 | 2010.02.07 | 8616 |
3146 | 가히·논개② | 바람의종 | 2008.04.23 | 9940 |
3145 | 각각 / 씩 | 바람의종 | 2010.02.28 | 8191 |
3144 | 각광 | 바람의종 | 2007.05.28 | 5799 |
3143 |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 바람의종 | 2009.11.09 | 14556 |
3142 | 각시취 | 바람의종 | 2008.04.29 | 7405 |
3141 | 각축 | 바람의종 | 2007.05.28 | 6239 |
3140 | 간(間)의 띄어쓰기 | 바람의종 | 2008.12.27 | 11627 |
3139 | 간디·무작쇠 | 바람의종 | 2008.06.18 | 6579 |
3138 | 간이 부었다 | 바람의종 | 2007.12.26 | 11898 |
3137 | 간절기 | 바람의종 | 2012.05.11 | 12290 |
3136 | 간지 | 바람의종 | 2009.03.03 | 8408 |
3135 | 간지 | 바람의종 | 2010.08.03 | 9678 |
3134 | 간지는 음력 | 바람의종 | 2010.01.20 | 13481 |
» | 간지럽히다 | 바람의종 | 2009.02.12 | 9497 |
3132 | 간지르다, 간질이다 | 바람의종 | 2009.08.03 | 8696 |
3131 | 간판 문맹 | 風文 | 2014.12.30 | 24563 |
3130 | 갈가지 | 바람의종 | 2009.07.30 | 8003 |
3129 | 갈갈이, 갈가리 | 바람의종 | 2008.10.30 | 7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