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5 03:07

설둥하다

조회 수 7185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설둥하다

“오지두 말아요. 매번 와서는 공연히 마음만 설둥하게 맹글어 놓고 가시면서 ….” (장편소설 <지리산>)

‘맹글다’는 ‘만들다’다. ‘설둥하다’는 어떤 뜻일까? 문맥으로는 ‘설레다’ 정도로 이해되는데 ‘설레다’와 ‘설둥하다’는 어떻게 다를까?

‘설둥하다’는 “얼굴을 본 둥 만 둥 그냥 지나간다”에 쓰인 ‘둥’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둥’은 ‘어떠한 것 같다’의 뜻이다. ‘둥’이 결합된 말로는 ‘미끈둥하다·매끈둥하다·부둥하다’, 북녘말 ‘실둥하다’ 등이 있다. 실둥하다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아니한 듯하다’는 뜻으로 ‘싫다’와 관련이 있다.

‘설둥하다’의 나머지 뜻은 ‘설다’에서 온다. ‘설다’는 ‘밥이 설다’처럼 ‘제대로 익지 않다’, ‘잠이 설다’처럼 ‘(잠이) 넉넉하지 않거나 깊이 들지 않다’, ‘귀에 설다’처럼 ‘익숙하지 않다’ 등으로 쓰인다. 각 의미를 뭉뚱그리면, ‘제대로 되지 않고 모자라는 상황’이라 하겠다. <조선말대사전>에는 ‘글이 설다’처럼 ‘미숙하다’, ‘말이 설다’처럼 ‘이치에 맞지 않다’, ‘사람이 설다’처럼 ‘수양이 모자라다’ 등의 뜻이 더 있는데, 역시 ‘무언가 모자라는 상황’에 포함할 수 있겠다.

‘설둥하다’는 ‘설다’와 ‘둥’이 결합했으므로, ‘제대로 되지 않고 무언가 모자라는 듯하다’ 정도의 뜻으로 볼 수 있겠다. ‘마음을 설둥하게 만들다’는 마음을 전하기는 하는데 무언가 어설프고 부족하게 전달되어 모자란 듯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결국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80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32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228
3128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707
3127 너무 風文 2023.04.24 1707
3126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709
3125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709
3124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711
3123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714
3122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715
3121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717
3120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721
3119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723
3118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724
3117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725
3116 전설의 마녀, 찌라시 / 지라시 風文 2020.06.16 1726
3115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727
3114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728
3113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729
3112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주인장 2022.10.20 1730
3111 백열 / 풋닭곰 風文 2020.05.09 1731
3110 혼성어 風文 2022.05.18 1734
3109 하룻강아지 / 밥약 風文 2020.05.29 1736
3108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737
3107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73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