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0 03:35

나들이

조회 수 8612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들이

말과 글이 같이 가는 요즘 들어서는 말인사와 글인사의 차이가 별로 없다. 사람과 경우에 따라 갖가지 인사말을 가려 쓸 수는 있겠지만, 전날처럼 “기체후 일향 만강하옵신지요? 별래무양하신지요? 옥체 만안하시온지요? …”(氣體候 一向 萬康-, 別來無恙-, 玉體 萬安-) 식으로 편지를 써야 격식을 갖춘 것으로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굳이 격식을 따진다면, “안녕하십니까?” 정도로 갖추어 하는 말과 “안녕하세요! 안녕! …” 식으로 줄여서 말하거나 건성으로 하는 인사 차이 정도다.

며칠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국민에게 한 인사말이 “잘 다녀오겠습니다”였다. 이 말은 집이나 동네를 나설 때 어른들한테 해도 두루 통할 정다운 인사말이다. 인민이 하늘이라지만 듣는이를 높여서 하는 대통령의 이 소박한 인사를 외면하는 이가 있었을까?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맞잡고 주고받던 말 “반갑습니다!” 역시 보통 사람의 인사말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이 초면이 아니었으면 “반갑습니다!” 다음에 “오랜만입니다” 또는 “오랜만에 뵙습니다”란 말이 덧붙었을 터이다.

지구 반대쪽도 며칠이면 다녀올 수 있고, 전화나 인터넷이면 어디서나 초를 다퉈 말글이 오가니,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울고 불며 하직인사가 길어질 일이 없어졌고, 그리움·걱정 같은 마음도 말도 거추장스러워졌다. “하루 더 묵었다 가시지요”나 “며칠 더 노시다 가시지요”도 헤어지기 전에 하던 통상적인 인사말이지만, 요즘은 좀체 듣기 어려운 곡진한 인사가 된 성싶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39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77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734
3149 가차없다 바람의종 2007.04.28 10535
3148 가책 바람의종 2007.05.25 11457
3147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509
3146 가히·논개② 바람의종 2008.04.23 9642
3145 각각 / 씩 바람의종 2010.02.28 8097
3144 각광 바람의종 2007.05.28 5596
3143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355
3142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7145
3141 각축 바람의종 2007.05.28 6023
3140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538
3139 간디·무작쇠 바람의종 2008.06.18 6383
3138 간이 부었다 바람의종 2007.12.26 11770
3137 간절기 바람의종 2012.05.11 12131
3136 간지 바람의종 2009.03.03 8256
3135 간지 바람의종 2010.08.03 9567
3134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336
3133 간지럽히다 바람의종 2009.02.12 9373
3132 간지르다, 간질이다 바람의종 2009.08.03 8566
3131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341
3130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904
3129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4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