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06 11:05

메다와 지다

조회 수 7337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메다와 지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에 다녔으나 요즘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학생들이 모두 책가방을 등에다 지고 학교를 다닌다. 그러면서도 책가방을 지고 다닌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메고 다닌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말뜻을 헷갈리게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메느냐 지느냐 하는 것은 책가방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깨에만 맡기느냐 등에다 맡기고 어깨는 거들기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메다’는 어깨에다 무엇을 걸치거나 올려놓는 노릇이다. 그러나 반드시 한쪽 어깨에만 맡겨야 메는 것이다. 굳이 두 쪽 어깨에 맡겨도 메는 것일 수가 있지만 그럴 적에는 한쪽 어깨에 하나씩 따로 맡겨야 메는 것이다. 무엇이나 하나를 두 쪽 어깨에다 걸치면 그 무엇은 어쩔 수 없이 등허리 쪽에다 맡기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메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다’는 본디 ‘짊어지다’에서 ‘짊어’를 떼어버리고 쓰는 낱말인데, 무엇을 두 가닥으로 짊어서 두 쪽 어깨에 걸치고 등에다 얹어놓는 노릇을 뜻한다. 지는 노릇이 지난날 삶에서는 너무나 종요로워 ‘지게’까지 만들어 무거운 것이라도 쉽게 지도록 했다.

어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등에만 맡겨서 지면 그것은 업는 것이다. ‘업다’는 온전히 등에만 맡기지만 본디 깍지 낀 두 손의 도움은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고, 오래 업고 있으려면 띠 같은 것으로 몸통에다 묶는 것을 마달 수도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0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7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561
3216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489
3215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489
3214 순직 風文 2022.02.01 1490
3213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491
3212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491
3211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497
3210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501
3209 ○○노조 風文 2022.12.26 1501
3208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502
320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505
3206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08
3205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509
3204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509
3203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512
3202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516
3201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517
3200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520
319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523
3198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524
3197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526
3196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526
3195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5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