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49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어느 말겨레에 들지 못하고 두 언어가 뒤섞여 이루어진 말이 있다. 이를 튀기말이라 한다. 튀기말의 대표적인 형태가 피진이다. 피진은 주로 바다를 건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용되던 말이다. 대개는 영어나 프랑스말, 스페인말, 포르투갈말에 바탕을 두고 현지 토박이말을 섞어 형성되는데, 낱말의 수도 한정되고 문법도 매우 단순화되어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낱말과 문법으로만 이루어진 게 튀기말이다.

피진 중에는 중국의 피진영어가 대표적이다. 피진이란 말 자체가 비즈니스(business)의 중국 발음을 딴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 밖에도 아프리카나 태평양에 여러 토박이말과 서양말 사이에서 생겨난 피진들이 여럿 있다. 대개 낱말은 영어를 비롯한 서양말에서 왔고 문법은 토박이말에서 따왔다.

피진은 친밀하지 않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느라 생긴 것으로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한 계속 유지된다. 집단 사이 관계가 매우 긴밀해져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언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게 되면 피진은 더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상대방 언어를 온전히 배울 마음이 없는 한 피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삼백년 동안이나 유지된 중국의 피진영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피진이 한 족속의 모국어로 뿌리내리게 되어 어린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를 정식으로 습득하는 말이 될 때 이를 ‘크레올’이라 한다. 임시변통이던 튀기말이 정식 언어로 태어나는 셈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58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1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122
3215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652
3214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바람의종 2010.04.30 12150
3213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252
3212 ‘팜므파말’ 바람의종 2011.12.22 13326
3211 ‘평어’를 쓰기로 함, 심심하다 風文 2022.11.23 1789
3210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241
3209 ‘하므로’와 ‘함으로’ 바람의종 2009.12.04 9491
3208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3.16 5465
3207 “김” 風文 2023.03.06 1607
3206 “돈이 남으십니다” 바람의종 2010.10.11 6510
3205 “사겨라” “바꼈어요” 風文 2024.05.31 27
3204 “산따” “고기떡” “왈렌끼” 風文 2024.05.31 23
3203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506
3202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104
3201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318
3200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283
3199 ○○노조 風文 2022.12.26 1287
3198 ㄹ는지 바람의종 2010.03.07 8926
3197 ㅂ불규칙 활용 바람의종 2010.04.23 11601
3196 美國 - 米國 / 3M 風文 2020.06.08 1577
3195 良衣·거리쇠 바람의종 2008.06.27 72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