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4 18:09

황새울과 큰새

조회 수 11410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황새울과 큰새

작은 마을 이름에는 땅의 모양새나 동식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당진군 정미면의 ‘황새울’이라는 곳도 ‘황새’가 많이 날아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황새울’을 ‘한새울’이라고도 한다. ‘황새’와 ‘한새’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말 형용사 ‘하다’는 ‘크다·많다’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었다. 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의 ‘불휘 기픈 남? 바?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표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여름 하?니’는 ‘열매가 많으니’라는 뜻이다. ‘한강’은 ‘큰 강’을 뜻하며, ‘한밭’은 또한 ‘큰 밭’(大田)’을 뜻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우리 글을 ‘한글’이라 한 것도 ‘큰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한새울’이 ‘황새울’로 불리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새’는 ‘큰 새’이며, 한낱말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황새’라는 말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황새를 ‘한새 관(?)’으로 풀이한 바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황새’를, “몸의 길이는 1미터, 편 날개의 길이는 66센티미터, 몸빛은 흰 빛”으로 풀이한다. 결국 ‘황’은 ‘한’이 변한 소리다. ‘한’은 ‘황’뿐만 아니라 ‘항’으로 소리날 수도 있다. 우리 옛말에 ‘주인’을 뜻하는 ‘항것’도 ‘큰’이라는 뜻의 ‘항’과 ‘주인’이라는 뜻의 ‘것’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음이 유사한 작은 마을 이름에서 우리말의 본새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84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44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309
3304 정당의 이름 風文 2022.01.26 1411
3303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411
3302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412
3301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412
330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414
3299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415
3298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415
3297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416
3296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416
3295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417
3294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1417
3293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418
3292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418
3291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420
3290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422
3289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422
3288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422
3287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423
3286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1424
3285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424
3284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425
3283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