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말’과 ‘글’을 뜻이 아주 다른 낱말로 보아 ‘말글’이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말’은 글을 낳았고 글을 싸잡는 것이기에 이들 둘은 서로 다른 낱말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다. 마음을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조물주가 내려준 그릇이 목소리다. 목소리에다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 본디 ‘말’이었다.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주어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릇이지만 곧장 사라져서 눈앞에 있는 사람밖에는 주고받을 수가 없다.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그릇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글자’를 만들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글자의 그릇에 마음을 담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주고받는 말, 이게 곧 ‘글’이다. 이래서 이제 목소리의 말을 ‘입말’이라 하고, 글자의 말을 ‘글말’이라 한다.
글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나 살아 숨쉬는 느낌을 지닌 목소리를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에 와서 시간과 공간에 아랑곳도 없고, 살아 숨쉬는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게다가 눈앞에 보듯이 모습까지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전자’다. 전신·전화·영화·방송을 거쳐 인터넷에 이르는 ‘전자 그릇’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전자말’이 나타났다. 말이 세 가지로 벌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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