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8 06:32

압록강과 마자수

조회 수 7033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압록강과 마자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압록강을 건너 연경(북경)을 거쳐 황제의 행궁이 있었던 열하까지 여행한 기행문이다. 이 책에서 압록강은 ‘마자수’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그 근원이 말갈의 백산(백두산)으로부터 출발하며, 물빛이 오리의 머리빛깔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압록강은 분명 물빛에서 나온 이름이다. 그런데 압록강을 왜 ‘마자수’(馬紫水)라 불렀던 것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마자’가 용(龍)을 뜻하는 토박이말 ‘미르’와 관련이 있다는 황윤석의 해석이다. 황윤석은 영조 때의 실학자로〈이제속고〉라는 문집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잡저에는 ‘화음방언자의해’라는 글이 실려 있다. 말 그대로 중국의 한자음이 우리말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하는 글이다. 여기서 곧 ‘마자’와 ‘미르’는 같은 소리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압록강을 ‘마자수’ 또는 ‘용만’(龍灣)이라 불렀고, 또 압록강 가까이 있는 ‘의주’를 ‘용만’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땅이름 가운데 미르 ‘용’자가 들어간 곳도 비교적 많다. 유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연변에는 ‘용정’(龍井)이 있고, 서울에서 ‘용산’이 있다. 서울의 용산은 백제 기루왕 때 한강에서 두 마리 용이 나타났던 까닭으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처럼 땅이름은 어원보다는 설화 속에서 전승되는 경우가 많지만, ‘마자수’에 ‘미르’가 남아 있듯이 풍요로운 우리말의 창고 구실을 한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76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42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237
3326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434
3325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37
3324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437
3323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440
3322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441
3321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443
3320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444
3319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444
331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446
3317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446
3316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449
3315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1449
3314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1451
3313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1451
3312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453
3311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453
3310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454
3309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456
3308 상석 風文 2023.12.05 1457
3307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458
3306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1458
3305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4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