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
어렸을 적 시골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것에 ‘쇠뜨기’라는 풀이 있었다. 뿌리가 너무 깊어 계속 뽑다 보니 새벽닭이 울더라고 농담을 하는 이도, 소꿉놀이 할 때 사금파리에 모래로 밥하고 쇠뜨기를 반찬 삼았다는 이도 있다.‘뱀밥’이라고도 한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풀밭이나 둑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곳에서 소가 주로 뜯어먹기에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과식은 금물로, 아무리 쇠뜨기라지만 소도 쇠뜨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 이는 쇠뜨기에 센 이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쇠뜨기의 영어이름이 ‘말꼬리’(horsetail)인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풀이름 하나가 문화를 이렇게 잘 반영할 수가! 우리나라 들판에는 소가 있고, 서양 들판에는 말이 많구나. 그래서 들판에 자라는 같은 풀을 두고서도 한쪽은 ‘소’를, 서양 쪽에서는 ‘말’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것 아닌가. 한자말에도 말풀, 곧 ‘마초’(馬草)가 있긴 하나, 실제 영어 쪽에 말과 관련된 말이 많다.
이는 바로 ‘농경’(또는 牛耕) 문화와 ‘유목’ 문화를 대비하기도 한다. 우리 겨레는 본디 유목민이었다고 하나, 원시시대에 유목민 아니었던 겨레가 어디 있으랴. 다만 우리는 일찍 터 잡아 소로 논밭 갈아 농사를 지은 까닭에 소와 관련된 말이 많아진 듯하다. 심지어 소에서 나오는 온갖 부산물도 버리지 않는다. 소와 관련된 나무도 있지만 풀이름으로 소귀나물, 쇠무릎지기, 쇠치기풀 …들이 있다.
임소영/한성대 한국어교육원·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7865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4550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9381 |
3326 |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 風文 | 2022.06.19 | 1358 |
3325 |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 風文 | 2022.05.26 | 1359 |
3324 |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 風文 | 2022.02.06 | 1360 |
3323 |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 風文 | 2023.06.30 | 1368 |
3322 | 매뉴얼 / 동통 | 風文 | 2020.05.30 | 1370 |
3321 |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 風文 | 2022.09.07 | 1371 |
3320 | ‘내 부인’이 돼 달라고? | 風文 | 2023.11.01 | 1373 |
3319 | 외국어 차용 | 風文 | 2022.05.06 | 1374 |
3318 | 아줌마들 | 風文 | 2022.01.30 | 1376 |
3317 |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 風文 | 2022.07.28 | 1376 |
3316 | 말과 상거래 | 風文 | 2022.05.20 | 1378 |
3315 |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 風文 | 2022.05.31 | 1378 |
3314 | 야민정음 | 風文 | 2022.01.21 | 1381 |
3313 |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 風文 | 2022.07.16 | 1382 |
3312 | 상석 | 風文 | 2023.12.05 | 1382 |
3311 | 법과 도덕 | 風文 | 2022.01.25 | 1383 |
3310 |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 風文 | 2022.09.08 | 1385 |
3309 | 그림과 말, 어이, 택배! | 風文 | 2022.09.16 | 1386 |
3308 |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 風文 | 2022.08.23 | 1387 |
3307 |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 風文 | 2022.09.01 | 1387 |
3306 | 용찬 샘, 용찬 씨 | 風文 | 2023.04.26 | 1387 |
3305 | 난민과 탈북자 | 風文 | 2021.10.28 | 13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