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4 06:59

예천과 물맛

조회 수 8886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예천과 물맛

땅이름은 특정 지역의 환경을 반영하여 만들어질 때가 많다. 그 가운데는 술과 관련된 것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경북에 가면 ‘예천’(醴泉)이란 곳이 있다. 예천의 ‘예’(醴)는 단술을 뜻한다. 예천은 본디 신라의 수주현(水酒縣)이었는데, 경덕왕 때 예천군으로 고쳤다. ‘수주현’이나 ‘예천’은 둘 다 ‘술’과 관련이 있다. 땅이름에 ‘술’이 들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땅이름을 연구했던 김윤학 교수는 이러한 원리를 ‘유연성’에서 찾는다. 유연성을 고려한다면, 술과 관련된 땅이름은 대체로 물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예천이라는 땅이름에 단술을 뜻하는 한자 ‘예’를 쓴 것은 이 지역의 물맛이 단술 맛과 같다는 뜻이었다. 흥미로운 점은〈산해경〉에 나오는 ‘봉황 설화’다. 이를 보면 발해 북쪽 땅 한곳에 붉은 동굴이 뚫린 산이 있는데, 그 산 꼭대기에는 금과 옥이 많고 붉은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다. 이 물은 남쪽 발해로 흘러드는데 그곳에 큰 새가 있으니, 모양은 닭과 같고 오색찬란한 새로, 그 이름을 봉황이라 한다고 했다. “봉황은 신령스러운 새이니 수컷을 봉이라 하고, 암컷을 황이라 한다. 봉황의 성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으며,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시경〉기록에, 봉황은 예천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하였다. 술맛 같은 예천의 물. 그러나 오늘날은 예천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든 봉황이 마시는 물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6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19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123
3326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411
3325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413
3324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413
3323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417
332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417
3321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1420
3320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420
3319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423
3318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424
3317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425
3316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1428
3315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429
3314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430
3313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31
3312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433
3311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434
3310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436
3309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437
3308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437
3307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437
3306 상석 風文 2023.12.05 1437
3305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143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