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3 01:37

가와 끝

조회 수 6748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와 끝

“무슨 팔자인지 밀려오는 일이 끝도 가도 없네!” 이런 푸념을 듣는다. ‘끝’은 무엇이며 ‘가’는 무엇인가? ‘끝’과 ‘가’는 본디 넘나들 수 없도록 속뜻이 다른 말이었으나 요즘은 걷잡지 못할 만큼 넘나든다. 아니 넘나든다기보다 ‘끝’이 ‘가’를 밀어내고 있다.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가로 갖다 두어.” 하던 것을 요즘은 흔히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끝으로 갖다 두어.” 한다.

‘가’는 바닥이나 자리나 바탕 같이 넓이가 있는 공간에서 가운데로부터 멀리 떨어진 데를 뜻한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데’가 반드시 얼마간의 너비를 지니고 있는 자리기에 ‘가장자리’라는 말을 함께 쓴다. ‘끝’은 시간을 흐르는 채로 두고 또는 도막으로 잘라서 맨 마지막, 흐르는 시간에 따라 벌어지는 일이나 움직임에서도 맨 마지막, 흐르는 시간처럼 길이가 있는 물건의 맨 마지막을 뜻한다. 나아가 공간도 어느 쪽으로든 마지막을 뜻하지만, 공간의 ‘끝’은 ‘가’와 달리 너비를 지닌 자리가 없어 ‘끄트머리’(끝의 머리)라는 말을 함께 쓴다.

그러니까 ‘가’는 공간에만 쓰고, ‘끝’은 시간에 써야 본바탕이지만 공간까지 넓혀 쓴다. 그만큼 ‘끝’의 뜻넓이가 ‘가’보다 본디 넓어서 조심스레 가려 써 버릇하지 않으니까 힘센 ‘끝’이 힘여린 ‘가’를 밀어낸다. 하지만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끝으로 밀어 두어.” 하는 말을 제대로 따르면 광주리는 반드시 마루 밑으로 떨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끝’에는 광주리를 받을 만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73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23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159
3326 ~라고 / ~고 바람의종 2012.01.24 13731
3325 ~라고 믿다 바람의종 2010.04.27 10876
3324 ~려, ~러 바람의종 2009.09.21 9749
3323 ~로부터 바람의종 2008.11.21 6646
3322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583
3321 ~부터 시작 바람의종 2008.10.26 6542
3320 ~상(上) 줄여쓰기 바람의종 2009.09.21 8568
3319 ~섰거라 바람의종 2010.04.27 10574
3318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1301
3317 ~에 대한 바람의종 2008.03.11 7236
3316 ~에 대해, ~에 관해 바람의종 2009.03.26 10741
3315 ~에 의해 바람의종 2009.03.14 6872
3314 ~에 있어서 바람의종 2009.02.10 6809
3313 ~에, ~에게, ~한테, ~더러 바람의종 2008.10.01 7978
3312 ~에게, ~와 바람의종 2010.05.28 8096
3311 ~으로 / ~을 알고 있다 바람의종 2010.01.09 9777
3310 ~의, ~와의 바람의종 2009.02.18 7386
3309 ~이라야, ~이래야 바람의종 2010.04.13 8150
3308 ~중이다 바람의종 2010.03.17 11161
3307 ~하는 듯 하다 / ~하는 듯하다 / ~하는듯하다 바람의종 2010.10.14 16671
3306 ~하므로 ~함으로 바람의종 2008.07.17 8872
3305 ‘-다랗다’ 바람의종 2010.07.19 96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