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
“그 사람 참 된장처럼 구수하네”라고 하면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하다는 칭찬이다. 그런데 단지 ‘여(녀)’라는 말을 덧붙였을 뿐인데 ‘된장녀’는 젊은 여성 일부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 되었다. 일단 말이 퍼지기 시작하니 유행에 민감한 신문·방송이나 정치권에서도 입방아에 올린다.
새말을 만드는 방식도 유행한다. 최근 ‘-족(族), -녀(女), -남(男)’ 등을 붙인 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달하려는 핵심 의미를 나타내는 말 뒤에 ‘-족, -녀, -남’만 붙이면 그런 사람·여자·남자라는 말이 쉽게 만들어지니 그 방식도 유행하는 듯하다. 이런 말은 짝이 되는 말이 금방 생겨난다. ‘된장녀’와 비슷한 의미로 짝이 되는 ‘된장남’, 반대되는 의미로 짝이 되는 ‘고추장남’이 함께 돌고 있고, 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춤을 추는 ‘떨녀’가 등장하자 ‘떨남’도 나타났다.
쉽게 말을 만들었다고 하여 반드시 그 쓰임이나 뜻까지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몸보신족’이 건강에 좋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일컫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면창족’이 퇴직 압력을 받으면서 별다른 업무가 없어 창밖만 바라보는 회사 임원급 사람을 뜻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내기는 어렵다. ‘된장녀’라는 말만 보고 서양식 생활 방식을 동경하는 사치스런 젊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추론하기 어려운 것도 그렇다. 뜻을 알기 어려운 새말보다 부려쓰기 좋은 쉬운 새말이 많은 이들에게 오래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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