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5 03:05

옮김과 뒤침

조회 수 8069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0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49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436
3392 '매우''아주''몹시' 바람의종 2008.05.01 7730
3391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415
3390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798
3389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236
3388 '밖에'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6 10931
3387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171
3386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476
3385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554
3384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風文 2020.07.14 2028
3383 '상(上)'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2.06.13 10201
3382 '숫'을 쓰는 동물 바람의종 2012.09.25 9999
3381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552
3380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787
3379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바람의종 2008.06.21 6803
3378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바람의종 2008.06.23 5945
3377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485
3376 '연륙교'의 발음은? 바람의종 2012.01.06 10728
3375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799
3374 '이' '히' 거참 헷갈리네 바람의종 2008.07.03 7021
3373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561
3372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105
3371 '작'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10.01 105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