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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지난 한글날에는 가수 김태원이 작사ㆍ작곡한 우리말 사랑 노래가 아나운서들의 합창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방송에서는 노래를 만든 동기와 과정이 함께 소개됐는데, 그 중 노래 가사와 관련한 일화가 눈길을 끌었다. ‘날아가는 새들의 노래가 되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처음에는 ‘날으는 새’였다고 한다. 그러나 ‘날으는’은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아나운서들의 지적에 따라 ‘나는 새’로 하였다가, 가락에 맞추어 다시 ‘날아가는 새’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날으는 원더우먼’(옛날 TV 프로그램 제목), ‘날으는 돼지’(만화영화 제목), ‘세상 속을 날으는 우리 두 사람’(노래 가사) 등 ‘날으는’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이 올바른 표현이다.

‘날다, ‘놀다, 살다’ 등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는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받침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 대신 ‘노는 아이’라고 하거나 ‘우리 동네에 살으는 사람’ 대신 ‘사는 사람’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속담에 ‘난다 긴다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같은 말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날은다, 날으는’ 대신 ‘난다, 나는’을 쓰고 있다.

‘날다’뿐 아니라 ‘거칠다, 녹슬다, 낯설다’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노래 가사 에 나오는 ‘거칠은 들판’, ‘녹슬은 기찻길’, ‘낯설은 타향’ 등은 모두 ‘거친 들판’, ‘녹슨 기찻길’, ‘낯선 타향’으로 해야 한다. 노래 가사나 영화 제목 등은 한번 정해지고 나면 잘못된 표현이라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한글날을 맞아 특별히 만들어진 ‘우리말 사랑 노래’가 잘못된 가사 없이 나오게 되어 다행스럽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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