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03 17:40

내일러

조회 수 15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일러

요즘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 자동차 여행, 기차 여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기차 여행을 즐기는 젊은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내일러’라 한다. ‘내일러’는 ‘내일로’를 이용하여 기차 여행을 하는 젊은 사람을 가리킨다.

‘내일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2007년부터 만 28세 이하의 젊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패스형 기차 여행 상품이다. 고속열차(KTX)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열차를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인데, 5일권과 7일권이 각각 56,500원과 62,7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이로 인해 젊은 사람도 경제적 부담 없이 맘껏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로’의 이름 짓기 방식이 특이하다. ‘내일로’는 ‘기차’를 뜻하는 영어 ‘레일(rail)’에, ‘길’의 뜻을 더하는 한자어계 접미사 ‘-로(路)’를 결합하여 만든 말인데, 소리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레일’을 우리말의 ‘내일(다가올 앞날)’과 바꿔치기하였다. 독창적인 이름 짓기 방식이라 할 만하다. 그리하여 ‘내일로’는 ‘앞으로’를 뜻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내일러’ 또한 아주 특이하게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내일로’에, ‘어떤 일에 관계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그러나 ‘내일로’에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것은 독창적이라기보다 그 도를 크게 넘은 일로 봐야 한다. 우리말에서 ‘-er’와 같은 영어의 접미사를 가져다가 새말을 만드는 것은 극히 부자연스럽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귀차니스트’의 ‘-ist’도 마찬가지이다. 정말이지 우리의 영어 사랑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3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88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628
26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118
25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1102
24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1097
23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90
22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1078
21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1058
20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1058
19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1055
18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1047
17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1028
16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1027
15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1026
14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1022
13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1016
12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1014
11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994
10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973
9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966
8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962
7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962
6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933
5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9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