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06 06:15

'넓다'와 '밟다'

조회 수 13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넓다'와 '밟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애송하는 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시를 접할 때마다 가끔씩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바로 이 대목이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밟고’의 표준 발음은 〔밥:꼬〕이지만 열에 일고여덟은 ‘즈려 밥:꼬’가 아니라 ‘즈려 발꼬’로 발음한다. 시에 집중하지 못하고 요샛말로 사소한 데 지적질이냐고 하실 분도 있겠다. 인정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직업병인 듯싶으니까.

겹받침 ‘ㄹㅂ’은 〔ㄹ〕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넓다’는 〔널따〕 , ‘짧다’는 〔짤따〕, ‘엷다’는 〔열따〕, ‘여덟’은 〔여덜〕이 표준 발음이다. 간혹 〔넙따〕 〔짭따〕 〔엽따〕 〔여덥〕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를 보는데 주로 호남 방언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겹받침 ‘ㄹㅂ’이 〔ㅂ〕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밟다’가 그렇다. 밟다 〔밥:따〕 , 밟고 〔밥:꼬 〕, 밟지 〔밥:찌〕, 밟는 〔밥:는 → 밤:는〕으로 발음한다. 〔발따〕 〔발꼬〕 〔발찌〕 는 표준발음이 아니다. 예외가 또 있다. ‘넓-’은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에는 〔넙-〕으로 발음한다. 넓죽하다는 〔넙쭈카다〕, 넓둥글다는 〔넙뚱글다〕로 발음한다.

‘맑다’와 ‘밝다’도 〔말따〕 〔발따〕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겹받침 ‘ㄹㄱ’은 말끝이나 자음 앞에서 〔ㄱ〕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막따〕〔박따〕가 맞다. 다만 뒤에 오는 자음이 ‘ㄱ’인 경우에는 〔ㄹ〕로 발음한다. 따라서 ‘맑게’는 〔말께〕, ‘밝고’는 〔발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일이 원칙을 따지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입에 익히는 것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66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1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77
3414 훈방, 석방 바람의종 2010.07.23 14742
3413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548
3412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304
3411 후덥지근 / 후텁지근 바람의종 2012.05.30 11469
3410 효시 바람의종 2007.10.08 13488
3409 효능, 효과 바람의종 2010.04.25 10609
3408 횡설수설 1 바람의종 2010.11.11 15138
3407 획정, 확정 바람의종 2008.12.10 14930
3406 회피 / 기피 바람의종 2012.07.05 11792
3405 회가 동하다 바람의종 2008.02.01 20260
3404 홰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39758
3403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529
3402 황소바람 바람의종 2010.09.04 11872
340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1156
3400 황금시간 / 우리말 속 일본어 風文 2020.06.11 1919
3399 활개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12663
3398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461
3397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257
3396 화이바 바람의종 2009.09.24 10586
3395 화성돈 바람의종 2012.08.30 10803
3394 홑몸, 홀몸 바람의종 2009.02.14 12113
3393 홍일점 바람의종 2010.10.06 149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