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1.03 00:19

말하는 입

조회 수 14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하는 입

입이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먹기, 말하기, 노래하기, 숨쉬기, 사랑하기, 토하기. 물어뜯기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순간순간 다른 신체 기관과 연결되어야 한다. 입의 이런 역할은 단어를 만들 때도 발자국처럼 따라다닌다. ‘입요기’ ‘입가심’ ‘입걱정’ ‘입덧’ 같은 말은 ‘먹는 입’과 관련이 있다. ‘입바람’ ‘입방귀’는 ‘숨 쉬는 입’과 연결된다. ‘입맞춤’은 당연히 ‘사랑하는 입’이겠고.

인간은 말하는 기계인지라, ‘입’이 들어간 단어에는 ‘말하기’와 관련된 게 많다. 입단속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란 마음으로 ‘말하는 입’ 얘기를 중얼거린다.

아침 댓바람부터 입담 센 몽룡과 입놀림 가벼운 춘향이 입방아를 찧는다. 서로 꿍짝이 맞아 입씨름 한번 없이 하나가 떠들면 하나는 “오호! 그래?” 하며 입장단을 맞춘다. 두 사람의 입길에 오르면 멀쩡한 사람도 순식간에 몹쓸 사람이 되어 입소문이 퍼진다. 이번엔 길동이가 입초시에 올랐다. 입바른 소리만 하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미움을 사고 있다는 것. 입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길동은 두 사람을 살살 구슬리는 입발림 소리도 해봤지만 입막음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그렇게 입방정을 떨다가는 큰코다칠 거라고 겁박을 했더니 그제야 수그러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직 자기 발밑을 살피는 길뿐이다(조고각하, 照顧脚下). 발밑만큼이나 입도 잘 살피시길. 입에 담지 못할 말은 입에 담지 않으며, ‘입만 살았다’는 비아냥을 안 듣기 위해서라도 몸과 마음이 함께 살아 있는 새해가 되길 비나이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2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8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761
3326 ~라고 / ~고 바람의종 2012.01.24 13908
3325 ~라고 믿다 바람의종 2010.04.27 10984
3324 ~려, ~러 바람의종 2009.09.21 9893
3323 ~로부터 바람의종 2008.11.21 6781
3322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739
3321 ~부터 시작 바람의종 2008.10.26 6688
3320 ~상(上) 줄여쓰기 바람의종 2009.09.21 8665
3319 ~섰거라 바람의종 2010.04.27 10731
3318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1405
3317 ~에 대한 바람의종 2008.03.11 7359
3316 ~에 대해, ~에 관해 바람의종 2009.03.26 10872
3315 ~에 의해 바람의종 2009.03.14 7038
3314 ~에 있어서 바람의종 2009.02.10 6988
3313 ~에, ~에게, ~한테, ~더러 바람의종 2008.10.01 8098
3312 ~에게, ~와 바람의종 2010.05.28 8215
3311 ~으로 / ~을 알고 있다 바람의종 2010.01.09 9935
3310 ~의, ~와의 바람의종 2009.02.18 7495
3309 ~이라야, ~이래야 바람의종 2010.04.13 8283
3308 ~중이다 바람의종 2010.03.17 11257
3307 ~하는 듯 하다 / ~하는 듯하다 / ~하는듯하다 바람의종 2010.10.14 16858
3306 ~하므로 ~함으로 바람의종 2008.07.17 8982
3305 ‘-다랗다’ 바람의종 2010.07.19 974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