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49

통속어 활용법

조회 수 14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속어 활용법

오랜 국어 수업과 시험을 통해 우리는 항상 ‘표준어가 늘 옳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표준어가 아닌 방언과 비표준어는 배제의 대상이 된다. 비표준어의 대표는 통속어들이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대개는 통속어를 못난 어휘로 여기지만 사실 표준어 주변에 꽤 유용하게 쓰인다.

간단한 예를 들어 ‘원수’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원수’는 적대적인 상대를 일컫는다. ‘웬수’는 그것의 방언형이다. 그러나 그 쓰임새를 보면 ‘웬수’와 ‘원수’는 분명히 다르다. ‘원수’는 적개심을 가지고 쓰지만 ‘웬수’는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사용한다. 주로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식들이 속을 썩일 때 쓰지 않는가?

음식 중에 ‘아구찜’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아구’는 틀리고 ‘아귀’가 맞다. 아무리 마음먹고 ‘아귀찜’이라고 해도 그 음식의 맛이 당겨오지 않는다. 입맛 돌게 하는 말은 아무리 보아도 ‘아구찜’이다. 아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굶주린 귀신을 일컫는 말로 더 적당하다.

바람직한 다른 예로 ‘힘’의 방언 형태인 ‘심’이 들어간 ‘밥심’의 경우가 있다. ‘심’이 ‘힘’의 방언이지만 언어 현실 속에는 오로지 ‘밥심’만 있다. 그렇기에 ‘입심’, ‘뱃심’하고 하나의 계열처럼 규범 어휘 안으로 받아들였다.

표준어는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용함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그 타당성의 기준을 좀 더 너그럽게 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반듯한 것보다는 풍부하고 다양한 쓰임새가 중요하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규범의 권위도 더 강해진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555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13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052
3260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377
3259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377
3258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1378
3257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380
3256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382
3255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382
3254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382
3253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383
3252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384
3251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385
3250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387
3249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389
3248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391
3247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391
3246 순직 風文 2022.02.01 1392
3245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395
3244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396
3243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396
3242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396
3241 '-시키다’ 風文 2023.12.22 1397
3240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400
3239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40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