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우리말바루기]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동강할미꽃과 같은 귀한 야생 식물들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가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한다. 이런 식물들을 원래 자라는 지역에서 더 이상 구경하지 못하고 식물원이나 식물도감에서만 봐야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희귀 야생 식물과 관련된 글을 검색하다 보니 “이 지역 주민들은 멸종을 막기 위해 봄이면 동강할미꽃 서식지를 지킨다”처럼 ‘서식’ ‘서식지’라는 단어를 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서식(棲息)’은 ‘깃들여 산다’는 뜻으로 동물에게만 쓰는 말이므로 할미꽃과 같은 식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위 예문의 경우는 “주민들은 동강할미꽃의 멸종을 막기 위해 자생지를 지킨다”처럼 ‘자생’ ‘자생지’란 단어를 쓸 수 있다. ‘자생(自生)’은 저절로 나서 자란다는 뜻이다. “이 국립공원에는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에서는 ‘서식하고’를 ‘자라고’로 바꿔 주면 된다.
서식과는 반대로 ‘군락(群落)’은 식물에만 쓸 수 있는 단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의 경우 동물 얘기이므로 ‘군락’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때는 ‘군집(群集)’이란 단어가 적절하다. 군집은 식물과 동물 양쪽에 쓸 수 있다. 순우리말 ‘무리’를 쓰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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