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을 떼다, 염병, 지랄
학을 떼다, 염병, 지랄
아주 고약한 상황이나 사람에게서 벗어났을 때 '학을 뗐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에서 '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공부가 지겨워도 '학(學)'을 쓰지는 않았을 테고 '고고하다'는 뜻의 '학(鶴)'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학'은 말라리아인 '학질'을 가리킨다. 보통 '학을 떼다'라고 쓰지만 원래 표현은 '학질(을) 떼다'다. '학질(을) 떼다'는 '학질을 고쳐 병에서 벗어나다'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느라 진땀을 빼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학질이 치사율이 매우 높은 무서운 병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우리 조상은 병에 빗대 여러 가지 말을 만들었다. '지랄하고 있네'의 '지랄'은 지랄병, 즉 경련과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간질'을 가리키며,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염병할 놈'처럼 쓰이는 '염병'은 장티푸스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학을 떼다'는 표현은 그리 문제 될 게 없지만, '지랄하고 있네' '염병할 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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