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0.27 08:49

커닝

조회 수 8021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닝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을 치르는데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시험 부정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들이 쓰시던 ‘칸닝구’라는 외래어가 있었다. 이는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는데,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 정도에 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는 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어의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일본식 영어이다.

우리가 쓰던 ‘칸닝구’는 ‘러닝’의 일본식 영어 ‘란닝구’(ランニング)처럼 일본식 영어 냄새가 진하게 나는 부분인 ‘구’가 빠진 ‘칸닝’ 혹은 ‘컨닝’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커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어색한 말이기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아니고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저지르는 부정행위를 영어로는 ‘속이다’라는 뜻의 ‘치팅’(cheating) 또는 ‘치트’(cheat)라고 하며, 우리가 ‘커닝 페이퍼’(cunning paper)라고 부르는 것은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6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28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165
3128 갈기갈기, 갈래갈래,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9.10.28 10748
3127 갈께/갈까 바람의종 2008.09.20 6944
3126 갈대 바람의종 2008.05.12 6671
3125 갈대와 억새 바람의종 2010.07.30 9464
3124 갈두·갈헌 바람의종 2008.08.27 8085
3123 갈등 바람의종 2007.05.29 6320
3122 갈매기 바람의종 2009.05.06 6704
3121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 바람의종 2008.11.16 8763
3120 갈치, 적다, 작다 바람의종 2008.10.25 8500
3119 감감소식 바람의종 2007.04.29 8237
3118 감동·어루동 바람의종 2008.07.04 5887
3117 감로수 바람의종 2007.05.29 7742
3116 감안하다 바람의종 2007.10.12 15267
3115 감장이 바람의종 2008.10.30 6697
3114 감질나다 바람의종 2010.08.03 12800
3113 감질맛, 감칠맛 바람의종 2012.12.24 30720
3112 갑작사랑 바람의종 2008.05.05 7511
3111 갑작힘 바람의종 2008.04.30 8293
3110 갑절과 곱절 바람의종 2010.03.09 9743
3109 갑종 근로소득세 바람의종 2007.05.30 11436
3108 갑질 風文 2024.03.27 2115
3107 값과 삯 바람의종 2007.12.26 608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