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12 03:56

피죽새

조회 수 964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죽새

짐승이름

“바위 암상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에 금자라 긴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소리며, 함박꽃에 벌이 와서 몸은 둥글고 발은 작으니 제 몸에 못 이겨 동풍이 건듯 불 때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흘너흘 춤을 추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백구사)

 자연을 즐기던 선인들의 흥이 녹아든 노래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소리가 나온다. 피죽도 먹지 못한 양 힘없이 운다고 피죽새란다. 하필이면 조팝나무에. 조밥(조팝)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원이 없어서인가. 피죽은 뭔가? 피로 쑨 죽이다. 피는 논에 나는 잡풀로서 씨앗은 새의 먹이로 쓰이고 흉년이 들었을 때는 사람이 먹기도 한다. 고려 때 <계림유사>에 보면 사람들은 피쌀 곧 패미(稗米)로 짓는 피밥이나 죽을 먹었고, 쌀은 나라에서 정한 대로 관혼상제 같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먹도록 했다. 그러니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사람 같다는 말이 생겼을 법하다.

 피죽새는 흔히 밤꾀꼬리(夜鶯)라고도 이른다. 밤이 되면 배고픈 사람처럼 구슬피 운다고 한다. 야래향(夜來香)이 피면 밤꾀꼬리가 운다. “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밤꾀꼬리는 구슬피 웁니다./ 오직 야래향만이 향기를 내뿜습니다./ 나는 아득한 밤의 어둠을 사랑하고/ 밤 꾀꼬리의 노래도 사랑하지만/ 꽃 같은 꿈은 더더욱 사랑합니다.” 피죽새 우는 봄밤을 누구와 함께 깊은 속을.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39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8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836
3238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516
3237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517
3236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518
3235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521
3234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522
3233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523
3232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524
3231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526
3230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528
3229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529
3228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30
3227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32
3226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533
3225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533
3224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533
3223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536
3222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537
3221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538
3220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540
3219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540
3218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541
3217 순직 風文 2022.02.01 154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