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7 05:11

공암진

조회 수 7802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공암진

땅이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공민왕 때 공암진에서 평민 두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이를 주워서 형에게 하나를 주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남은 금을 물에 던지므로 형이 괴이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으니, “제가 평소 형을 우애하였는데, 금을 나누어 가진 뒤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강에 던지는 것이 낫겠습니다”라고 대답하므로, 형도 아우에게 받은 금을 물에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공암진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로 옛날 이름은 제차파의현(齊次巴衣縣)이다. 이 이름에서 ‘파의’는 ‘바위’를 뜻하는 말인데, 한자를 빌려 쓸 때는 ‘파의’ 또는 ‘파혜’(波兮)로 표기하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의 ‘별사파의’, ‘구사파의’, ‘밀파의’ 등의 땅이름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름들은 대체로 ‘고개’를 뜻하는 ‘현’(峴)이나 ‘바위’를 뜻하는 ‘암’(巖)으로 바뀌었다.

‘바위’의 옛말은 ‘바회’다. <감산사미륵보살광배명>에는 ‘동해유반변’(東海攸反邊)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때의 ‘유반’도 ‘바회’다. 유(攸)는 ‘바 유’로 ‘소’(所)와 같은 뜻이며, 외(外)는 한자의 음을 표기한 것이다. ‘마음’을 ‘심음’(心音), ‘가을’을 ‘추찰’(秋察)로 표기하듯이, 한자를 빌려 우리말 단어를 표기할 때 뜻을 중심으로 하고 음을 덧붙이는 원리를 따른 것이다.

사람의 심성이 땅을 닮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강산이 변하여 공암진의 바위와 형제투금 전설을 다시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98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51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446
3128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711
3127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712
3126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風文 2022.10.12 1712
3125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713
3124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718
3123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720
3122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720
3121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721
3120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721
3119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725
3118 전설의 마녀, 찌라시 / 지라시 風文 2020.06.16 1726
3117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727
3116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727
3115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728
3114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729
3113 백열 / 풋닭곰 風文 2020.05.09 1731
3112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735
3111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주인장 2022.10.20 1735
3110 하룻강아지 / 밥약 風文 2020.05.29 1740
3109 혼성어 風文 2022.05.18 1741
3108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742
3107 되갚음 / 윤석열 風文 2020.05.19 174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