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성과 아리수
백제시대 서울은 ‘위례성’이라 불렸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서는 온조 임금이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다는 기록이 나오며, ‘위례’는 때로 ‘욱리’(郁里), ‘아리’(阿利)로 불렸다. 이로부터 한강이 ‘욱리’ 또는 ‘아리’로 불리기도 하였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아리’, ‘욱리’를 ‘하늘’의 고어인 ‘한 ㅂ·ㄹ’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우리말에서 ‘ㅂ’은 입술가벼운소리[ㅸ]를 거쳐 탈락하는 경우가 많으니 ‘한ㅂ·ㄹ’이 ‘한ㅇ·ㄹ’ 곧 ‘하늘’로 변화하는 과정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늘’의 ‘한’은 ‘큰 것’을 뜻하는 말로 한강의 ‘한’도 그 뜻이 같다.
‘아리’가 ‘ㅂ·ㄹ’에서 비롯된 말이었을 가능성은 고구려의 수도인 국내성의 다른 이름에서도 확인된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국내성의 다른 이름으로 ‘위나암성’ 또는 ‘불이성’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는데, ‘불이’는 ‘ㅂ·ㄹ’을 소리대로 표기한 것이며, ‘위나암’은 ‘위례’와 같은 꼴의 말이다. ‘ㅂ·ㄹ’은 ‘ㅇ·ㄹ’ 을 거쳐 ‘아리’, ‘위례’, ‘어리’, ‘오리’ 등의 다양한 땅이름으로 남는다. 호태왕비의 ‘어리성, 오리성, 야리성’이나 황해 봉산의 ‘오리포’, 그리고 ‘압록강’ 등도 이 말과 관련이 있다. ‘어리성’이나 ‘오리포’, ‘압록강’ 등이 ‘아리’에 한자말 ‘성’, ‘포’, ‘강’ 등이 붙은 말임을 고려한다면, ‘아리수’는 ‘아리’에 물을 뜻하는 ‘수’가 붙은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리수’가 서울의 수돗물 이름으로 되살아 난 것도 재미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727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378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8674 |
3128 | 국가의 목소리 | 風文 | 2023.02.06 | 1622 |
3127 | 위탁모, 땅거미 | 風文 | 2020.05.07 | 1624 |
3126 |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 風文 | 2022.09.09 | 1627 |
3125 | ‘폭팔’과 ‘망말’ | 風文 | 2024.01.04 | 1628 |
3124 |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 風文 | 2022.07.14 | 1633 |
3123 | 너무 | 風文 | 2023.04.24 | 1633 |
3122 |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 風文 | 2023.04.17 | 1634 |
3121 | '넓다'와 '밟다' | 風文 | 2023.12.06 | 1634 |
3120 | 할 말과 못할 말 | 風文 | 2022.01.07 | 1635 |
3119 | 후텁지근한 | 風文 | 2023.11.15 | 1638 |
3118 | 단골 | 風文 | 2023.05.22 | 1640 |
3117 | 인기척, 허하다 | 風文 | 2022.08.17 | 1642 |
3116 | 언어적 자해 | 風文 | 2022.02.06 | 1644 |
3115 |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 風文 | 2023.01.09 | 1644 |
3114 | 지명의 의의 | 風文 | 2021.11.15 | 1647 |
3113 |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 風文 | 2022.08.21 | 1655 |
3112 | 참고와 참조 | 風文 | 2023.07.09 | 1657 |
3111 |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 風文 | 2022.12.01 | 1662 |
3110 | 독불장군, 만인의 ‘씨’ | 風文 | 2022.11.10 | 1665 |
3109 |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 風文 | 2022.08.02 | 1666 |
3108 |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 風文 | 2022.06.30 | 1667 |
3107 |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 風文 | 2022.09.23 | 16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