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2 12:20

한터와 자갈치

조회 수 9444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터와 자갈치

‘한터’는 서울 대치동의 다른 이름이다. ‘한’은 ‘큰’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며, ‘터’는 ‘치’(峙)의 옛음인 ‘티’가 변화한 말이다. ‘티’가 구개음화해서 ‘치’로 바뀌지 않고 ‘터’로 변한 것은 장소를 나타내는 다른 말인 ‘터’가 있기 때문이다. ‘장터’, ‘새터’와 같이 특정한 장소를 이를 때 ‘터’가 쓰이는 경우는 매우 많다. ‘티’, 곧 ‘치’는 고개를 일컫거나 산이 우뚝 솟은 모습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한티’가 ‘대치’로 맞옮겨진 것은 의미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한터’도 어휘 관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터’가 ‘치’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자갈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갈치’는 등가싯과의 생선 이름이지만 자갈치가 많이 잡혀 붙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자갈치 시장은 1946년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지역은 자갈투성이 땅이었기 때문에 ‘자갈터’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자갈터’가 ‘자갈치’로 바뀐 셈이다. 간혹은 몽골어에서 자갈치가 ‘어부’를 뜻하는 말이므로, 자갈치 시장도 몽골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이 생겨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자갈치는 ‘자갈터’에서 유래한 말로, 점차 어류인 자갈치를 연상하게 했다고 봐야겠다. 오늘날 자갈치 시장에서 자갈을 구경하기는 어렵다. 현대식 건물 뒤에 시장 아지매들의 삶과 판잣집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갈터’ 흔적도 사라졌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5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05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902
3216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523
3215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525
3214 ○○노조 風文 2022.12.26 1528
3213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29
3212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529
3211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531
3210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532
3209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534
3208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534
3207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537
3206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540
3205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542
3204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543
3203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543
3202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544
3201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552
320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554
3199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554
3198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556
3197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557
3196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557
3195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5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