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5 21:06

재개비

조회 수 724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재개비

‘재개비’는 재의 티끌이다. “반반히 불타버린 동네쪽에서는 아직도 재개비가 흩날리고 매캐한 파벽토냄새가 풍겨왔다.” (피바다)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벌겋게 널린 숯불바닥에 구름처럼 김이 피여오르고 재개비가 흩날렸다.”(시대의 탄생 1)

‘재’라고 해도 될 것을 왜 ‘재개비’라 했을까? ‘재가 흩날린다’면 ‘많은 재가 날리거나 재가 조금 날리는 것’을 두루 나타내는데, ‘재개비가 흩날린다’면, ‘많은 재가 날리는 것’은 아니다.

재개비의 ‘개비’는 일상적으로 많이 쓰인다. ‘성냥개비, 장작개비’ 등이 그렇다. 심지어 ‘팔랑개비, 바람개비’도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개비’가 본디‘가늘고 길쭉한 토막의 낱개’를 뜻하는데, 풍차처럼 바람에 돌아갈 수 있도록 ‘개비’를 붙여서 만들었기에 그렇게 이름 짓지 않았을까.

'깨비’도 마찬가지다. 북녘말 ‘동이깨비’와 남북이 같이 쓰는 ‘지저깨비’가 있다. ‘개비’가 ‘깨비’로 쓰이는 것은 발음에 이끌려 굳어진 탓이다. ‘재개비, 성냥개비, 장작개비’도 두루 ‘깨비’로 소리난다. ‘동이깨비’는 말 그대로 질그릇인 ‘동이’가 깨진 조각을 말한다. 지저깨비는 ‘지저분하다’와 ‘개비’의 결합으로 보이는데 ‘지저분한 조각’이다. 남북 모두 나무를 패거나 깎을 때 나오는 나뭇조각을 이르고, 북녘에서는 나무 이외의 대상에도 쓰인다.

“곡괭이는 비척거리며 튕겨오를뿐 콩크리트에서는 작은 지저깨비도 일지 않았다.”(평양시간)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4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0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968
3238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476
3237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477
3236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477
3235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478
3234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478
3233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479
3232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481
3231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482
3230 지슬 風文 2020.04.29 1483
3229 '-시키다’ 風文 2023.12.22 1483
3228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484
3227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484
3226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484
3225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485
3224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485
3223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488
3222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489
3221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493
3220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493
3219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493
3218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494
3217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4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