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2 20:45

누겁다/ 서겁다

조회 수 7111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겁다/ 서겁다

‘누겁다’는 ‘눅눅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고, ‘서겁다’는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장마철이여서인지 방안이 누거웠다.”(조선말대사전) “오뉴월 겨불도 쬐다나면 서겁다, 짚불도 쬐다나면 서겁다.(우리말글쓰기 연관어대사전)

‘누겁다’와 ‘서겁다’는 ‘눅눅하다’와 ‘섭섭하다’에서 왔다. ‘눅눅하다’에서 ‘눅-’을 취하고, ‘어떤 느낌이 있다’는 뜻을 더하는 ‘-겁’을 결합한 것이다. ‘섭섭하다’도 마찬가지다. ‘눅겁다’에서 ‘누겁다’로, ‘섭겁다’에서 ‘서겁다’로 변한 것은 소리를 쉽게 내고자 함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같이 쓰는 ‘차갑다/ 헐겁다’를 보면 보통 ‘차다/ 헐다’처럼 한 음절의 형용사에 ‘-겁’이 결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누겁다/ 서겁다’는 두 음절 형용사의 음절 하나만 취했다. 또 ‘누겁다/ 서겁다’는 남녘의 사전은 물론, 방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누겁다/ 서겁다’는 북녘에서 만든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겁’이 형용사 어간에 결합되고, 하나의 음절에만 결합된다는 규칙을 찾을 수 있고, 그 규칙에 맞게 말을 만들었다는 점과 이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볼 때 잘 만든 말로 여겨진다.

같은 방식으로 ‘~겁다’붙이 형용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분분하다’에서 ‘분겁하다’를 만들고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는 뜻으로 쓰고, ‘딱딱하다’에서 ‘딱갑다’를 만들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의 뜻으로 쓸 수도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52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14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138
224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380
223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380
222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379
221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377
220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377
219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376
218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376
217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376
216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373
215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372
214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372
213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371
212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371
211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69
210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368
209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367
208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367
207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363
206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360
205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360
204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359
203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3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