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1 09:58

돕다와 거들다

조회 수 6487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돕다와 거들다

‘돕다’와 ‘거들다’ 같은 말도 요즘은 거의 뜻 가림을 하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쓰인다. 국어사전들이 ‘돕다’를 찾으면 거드는 것이라 하고 ‘거들다’를 찾으면 돕는 것이라고 하니까 이런 뒤죽박죽이 바로잡힐 길조차 없다.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비슷한 뜻을 지녀서 얼마쯤 겹치는 구석이 있지만 여러 가지 잣대에서 쓰임새와 뜻이 사뭇 다르다.

우선 ‘돕다’는 사람에 쓰이는 낱말이고 ‘거들다’는 일에 쓰이는 낱말이다. 사람을 돕고 일을 거든다고 하면 쓰임새가 옳지만 일을 돕고 사람을 거든다고 하면 쓰임새가 틀렸다. 또 ‘돕다’는 몸과 마음으로 주는데, ‘거들다’는 몸으로만 주는 것이다. 돕는 것은 지니고 가진 것을 모두 다해서 주지만 거드는 것은 몸에서 나오는 힘으로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돕다’는 주고받는 것이지만 ‘거들다’는 주기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돕는 것은 두고 보면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 도움이 되기 마련이지만 거드는 것은 주는 쪽에서는 주기만 하고 받는 쪽에서는 받기만 하면 그만이다. 넷째로 ‘돕다’는 주는 쪽에서 열쇠를 쥐고 있지만 ‘거들다’는 받는 쪽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 돕는 것은 받는 쪽에서 달라니까 주는 것이 아니라 주는 쪽에서 주려고 해서 주는 것이고, 거드는 것은 주는 쪽에서 주려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쪽에서 달라니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돕다’는 언제나 어디서나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거들다’는 지금 벌어진 일에 갇혀서 주고 나면 끝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5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07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147
3260 공부 바람의종 2007.06.03 7122
3259 구축함 바람의종 2007.06.04 9027
3258 국면 바람의종 2007.06.04 9171
3257 국수 바람의종 2007.06.05 7350
3256 굴지 바람의종 2007.06.05 6892
3255 귀감 바람의종 2007.06.06 8582
3254 금일봉 바람의종 2007.06.06 10025
3253 기린아 바람의종 2007.06.07 9083
3252 기별 바람의종 2007.06.07 8616
3251 기우 바람의종 2007.06.08 10360
3250 기지촌 바람의종 2007.06.08 6753
3249 나락 바람의종 2007.06.09 6635
3248 낙점 바람의종 2007.06.09 7942
3247 낭패 바람의종 2007.06.10 6829
3246 노골적 바람의종 2007.06.10 6944
3245 노동1호 바람의종 2007.06.11 8423
3244 노비 바람의종 2007.06.11 6798
3243 노파심 바람의종 2007.06.12 8117
3242 농성 바람의종 2007.06.12 6824
3241 다반사 바람의종 2007.06.20 7703
3240 단말마 바람의종 2007.06.20 7133
3239 답습 바람의종 2007.06.24 98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