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19:46

‘돌미’와 ‘살미’

조회 수 802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미’와 ‘살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나 김포시 양촌면의 석산은 모두 ‘돌미’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돌미’에 들어 있는 ‘미’는 ‘산’을 뜻하는 ‘뫼’가 변한 말이다. 이처럼 산을 나타내는 말이 ‘미’로 변화한 땅이름은 매우 많다.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출산’이나 ‘월악산’은 ‘달나미’, 또는 ‘달미’로 불린다.


그런데 ‘미’가 붙은 땅이름이라고 하여 모두 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충북 중원(충주)의 ‘살미’는 산과는 관련이 없다. 여기에 붙은 ‘미’는 ‘들판’을 뜻하는  ‘가 변화한 말이다.  ‘ 는 〈훈몽자회〉에도 나오는데, 한자 ‘야’(野)를 ‘ 야’로 풀이하였다. 또한 〈두시언해〉에도 ‘누른 흙  두듥엔 하늘 닭이 춤추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뫼’와   ‘는 소리가 비슷해서 모두 ‘미’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생겨날 경우, 뜻을 변별하기 위해 어느 한 낱말은 다른 말로 대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계절’을 뜻하는 ‘녀름’이 머릿소리규칙에 따라 ‘여름’으로 변화하면, 본디 있던 ‘여름’은 ‘열매’로 바뀐다. 그런데 땅이름에 나타나는 동음이의어는 이처럼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충북 제천에서는 ‘살미’를 ‘미산’이라 부르는데, 이 땅이름은 ‘쌀이 산처럼 쌓였다’는 전설보다는 ‘미’의 동음이의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25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69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647
2820 터무니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31 11433
2819 아시저녁·아시잠 바람의종 2008.01.31 7505
2818 까닭과 때문 바람의종 2008.01.31 6934
2817 으악새 바람의종 2008.01.31 9825
2816 토를 달다 바람의종 2008.02.01 13759
2815 학을 떼다 바람의종 2008.02.01 10511
2814 한풀 꺾이다 바람의종 2008.02.01 15965
2813 별내와 비달홀 바람의종 2008.02.01 8768
2812 아랍말과 히브리말 바람의종 2008.02.01 7428
2811 무릎노리 바람의종 2008.02.01 8754
2810 활개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12657
2809 홰를 치다 바람의종 2008.02.01 39750
2808 회가 동하다 바람의종 2008.02.01 20256
2807 올림과 드림 바람의종 2008.02.01 7471
» ‘돌미’와 ‘살미’ 바람의종 2008.02.01 8028
2805 곤색 바람의종 2008.02.02 9630
2804 곤조 바람의종 2008.02.02 8842
2803 깡통 바람의종 2008.02.02 9085
2802 아프리카의 언어들 바람의종 2008.02.02 8904
2801 괴다와 사랑하다 바람의종 2008.02.02 9743
2800 뚱딴지 바람의종 2008.02.02 8113
2799 깡패 바람의종 2008.02.03 75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