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3 19:01

움과 싹

조회 수 8559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움과 싹

가을이 오니 메와 들에 푸나무들이 겨울맞이에 바쁘다. 봄부터 키워 온 씨와 열매를 떨어뜨리고 뿌리와 몸통에다 힘을 갈무리하느라 안간힘을 다한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봄여름 쉬지 않고 일한 잎은 제 몫을 마쳐 기꺼이 시들어 떨어지고, 덕분에 사람들은 푸짐한 먹이를 얻고 아름다운 단풍 구경에 마냥 즐겁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풀은 땅속에서 뿌리만으로, 나무는 땅위에서 꾀벗은 몸통으로 추위와 싸우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푸나무는 또다시 ‘움’을 틔우고 ‘싹’을 낸다.

‘움’은 무엇이며 ‘싹’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싹’을 “씨, 줄기, 뿌리 따위에서 처음 돋아나는 어린 잎이나 줄기”라 하고, ‘움’은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나오는 싹”이라 했다. 둘이 같은 것을 뜻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움’과 ‘싹’은 말처럼 뜻도 다르다. 다만 둘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비슷해서 마음을 꼼꼼히 지니고 살지 않으면 가려내기 어려울 뿐이다. ‘움’이 자라 ‘싹’이 된다.

푸나무의 목숨이 처음 나타날 적에는 씨앗이거나 뿌리거나 줄기거나 ‘눈’에서 비롯한다. 씨앗이나 뿌리나 줄기의 ‘눈’에서 새로운 목숨이 나타나는 첫걸음이 ‘움’이다. ‘움’은 껍질이나 땅을 밀고 나오면서 미처 햇빛을 받지 못해서 빛깔이 하얗고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 희누런 ‘움’이 터져 나와 자라면 햇빛을 받아 빛깔이 푸르게 바뀌고 모습을 갖추면서 ‘싹’이 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1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6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690
3348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297
3347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463
3346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247
3345 ‘-데’와 ‘-대’, 정확한 표현 風文 2023.06.17 1536
3344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149
3343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風文 2023.06.14 1456
3342 망신 風文 2023.06.09 1505
3341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421
3340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275
3339 김 여사 風文 2023.05.31 1193
3338 프로듀사 風文 2023.05.30 1597
3337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1201
3336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421
3335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289
3334 ‘이’와 ‘히’ 風文 2023.05.26 1243
3333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248
3332 단골 風文 2023.05.22 1395
3331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236
333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277
3329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131
3328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376
3327 너무 風文 2023.04.24 14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