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13 06:02

‘우거지붙이’ 말

조회 수 10496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거지붙이’ 말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를 ‘우거지’라고 한다. 먹을 게 넘치는 요즘은 무나 배추의 우거지를 버리기도 하지만, 먹을거리가 모자라던 시절에는 더없이 좋은 식료품이었다.

“긴 긴 겨울,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우거지국으로 가까스로 연명을 해 온 그들이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어느 곳이나 식량 사정은 딱해. 우리 절에서도 쌀 몇 알을 넣은 우거지죽을 끓여 먹는 형편이니까.”(이병주, 〈지리산〉)
“우거지찌개하고 신김치만 있으면 밥이 마냥 꿀맛 같은 대식가였고 ….”(박완서,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이 ‘우거지’가 ‘국·찌개’를 끓이거나 ‘죽’을 쑤는 재료로 쓰이면서 ‘우거짓국’, ‘우거지찌개’, ‘우거지탕’, ‘우거지죽’이란 이름이 생겼는데, 국어사전에는 ‘우거지김치’ 정도만 올랐고 다른 음식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음식 재료는 대개 ‘국·탕·찌개·볶음’ 등의 재료가 되므로 관련된 말을 죄다 챙겨서 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파게티’나 ‘비프스테이크’ 같은 여러 외래 음식도 국어사전에 올리는 판에 ‘우거짓국, 우거지탕, 우거지죽, 우거지찌개, 우거지부침’ 같은 우리 일상 생활과 관련이 깊고, 많이 쓰이는 낱말들을 사전에 챙겨 올리지 않는 것은 문제다. 비슷한 말인 ‘시래기’의 경우, ‘시래깃국, 시래기나물, 시래기떡, 시래기죽, 시래기지짐이, 시래기찌개’들이 사전에 수록돼 있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99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52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501
26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878
25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860
24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858
23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854
22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851
21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829
20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812
19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800
18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793
17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768
16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763
15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763
14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750
13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746
12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746
11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731
10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703
9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690
8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658
7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591
6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583
5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5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