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16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75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742
136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273
135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271
134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269
133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267
132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266
131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265
130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263
129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261
128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260
127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259
126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259
125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258
124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258
123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258
122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257
121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257
120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255
119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252
118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248
117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242
116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239
115 상석 風文 2023.12.05 12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