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6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4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0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966
3370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351
3369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356
3368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1356
3367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356
336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57
3365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360
3364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361
3363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363
336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364
3361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366
3360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1367
3359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374
3358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375
3357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379
3356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80
3355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385
3354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385
3353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386
3352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391
3351 쓰봉 風文 2023.11.16 1391
3350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392
3349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3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