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과 ‘몇 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라고 할 때 ‘며칠’ 대신 ‘몇 일’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며칠’이 맞는 표기라고 하면 ‘몇 년’이나 ‘몇 월’처럼 ‘몇’에 ‘일’이 결합한 것이니 ‘몇 일’로 적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은 ‘몇’에 ‘일’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이 말의 발음이 ‘며딜’이 아니라 ‘며칠’이기 때문이다. ‘몇 월’, ‘몇 억’ 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며춸, 며척’이 아니라 ‘며둴, 며덕’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는 종성에 ‘ㅅ, ㅈ, ㅊ, ㅌ’ 등의 소리가 날 수 없어 대표음인 ‘ㄷ’으로 중화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따라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오면, 받침의 ‘ㅊ’이 ‘ㄷ’으로 소리가 변한 뒤 이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연음되어 ‘며둴’, ‘며덕’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말이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것은 ‘몇’에 ‘을’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추측한다. ‘을’은 ‘일(日)’을 뜻하는 고유어인데, ‘사흘, 나흘, 열흘’ 같은 말에 남아 있다. ‘몇’에 ‘을’이 결합하여 ‘며츨’이 되었다가 모음 ‘으’가 ‘이’로 바뀌어 ‘며칠’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옛 문헌에 ‘며츨, 몃츨’ 같은 표기가 있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 (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32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8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767
3410 단추를 꿰다, 끼우다, 채우다 바람의종 2010.05.31 27399
3409 본때없다, 본데없다, 본떼없다, 본대없다 바람의종 2010.10.18 26931
3408 부화가 치밀다, 부아가 치밀다 / 화병, 홧병 바람의종 2010.05.08 26688
3407 자처하다, 자청하다 바람의종 2012.12.04 26052
3406 자잘못을 가리다 바람의종 2012.12.11 25771
3405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윤영환 2006.09.04 25762
3404 새 학기 단상 윤안젤로 2013.04.19 25750
3403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388
3402 모자르다, 모자라다, 모잘라, 모자른, 모잘른 바람의종 2010.06.01 25188
3401 차단스 바람의종 2008.02.19 24813
3400 휘거 風文 2014.12.05 24685
3399 오살할 놈 바람의종 2008.02.29 24436
3398 암닭, 암탉 / 닭 벼슬 바람의종 2010.06.16 24255
3397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211
3396 맞벌이, 외벌이, 홑벌이 바람의종 2012.11.23 24139
3395 앎, 알음, 만듬/만듦, 베품/베풂 바람의종 2012.01.08 24121
3394 온몸이 노근하고 찌뿌둥하다 바람의종 2012.12.12 24091
3393 나, 본인, 저 윤안젤로 2013.04.03 24056
3392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風文 2014.12.29 24053
3391 피랍되다 바람의종 2012.12.21 23890
3390 박물관은 살아있다 2 바람의종 2012.12.10 23753
3389 늘그막, 늙으막 / 늑수그레하다, 늙수그레하다 바람의종 2010.04.02 235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