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7 11:52

흰 백일홍?

조회 수 19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흰 백일홍?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꽃이 제아무리 고와도 붉은 빛이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 석 달 열흘 동안이나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있으니 바로 ‘백일홍’이다. 한 번 핀 꽃이 백일이나 가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꽃이 거듭 피고 지면서 백일을 간다. 꽃뿐만 아니라 나무 모양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정자 주변이나 산사에 즐겨 심었는데 요즘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공원에서 흰색 꽃이 핀 백일홍나무를 처음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붉을 홍(紅)’자가 쓰인 ‘백일홍’은 ‘붉은’ 꽃이 피기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흰 꽃이라니? 그럼 이 나무는 백일홍이 아닌 걸까? 만약 이게 백일홍나무가 맞다면 그 이름은 ‘백일백’이 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꽃 색깔은 붉은 빛을 띄나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어 따로 ‘흰 백일홍나무’로 부른다고 한다. ‘흰 백일홍’이라니 ‘둥근 네모’처럼 앞뒤가 안 맞는 이름이다. 아마도 처음엔 붉은 꽃만 피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흰 꽃이 피는 나무가 발견되자 그런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짐작되었다.

백일홍나무는 ‘목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목백일홍은 똑같이 ‘백일홍’으로 불리는, 국화를 닮은 한해살이풀과 구분하고자 할 때 쓴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의 발음이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추측만 할 뿐 근거는 없다.

백일홍나무의 또 다른 별명은 ‘간지럼나무’이다. 나무줄기를 손으로 문지르면 나뭇가지와 잎, 꽃이 떨리듯 하늘거리는데, 이것이 간지럼 타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그런지 백일홍 꽃이 한창인 지금, 백일홍나무를 찾아 살살 간질여 보는 건 어떨까?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581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40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300
3414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967
3413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971
3412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987
341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005
3410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21
3409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046
3408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047
3407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056
3406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068
3405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076
3404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092
3403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094
3402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104
3401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112
3400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113
3399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115
3398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118
3397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119
3396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120
3395 뒷담화 風文 2020.05.03 1124
3394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129
3393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113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