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9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70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20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135
3410 내일러 風文 2024.01.03 644
3409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645
3408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646
3407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647
3406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651
3405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652
3404 '-시키다’ 風文 2023.12.22 652
3403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657
340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658
3401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660
3400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661
3399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662
3398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668
3397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668
3396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670
3395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680
3394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682
3393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687
3392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688
339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692
3390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695
3389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69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