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2 10:26

'밖에'의 띄어쓰기

조회 수 14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밖에'의 띄어쓰기

주말 저녁, 외국의 어느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이 안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병든 부모님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도 못 가고 물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곧 펼쳐졌다.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라고 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차이다. ‘밖에’를 앞 말과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앞 말과 띄어 쓰는 ‘밖에’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된 것으로, 일정한 범위나 한계 바깥을 의미한다. 이 ‘밖에’는 ‘안에’의 반대말이므로 ‘창 밖에 비가 내린다’는 말은 ‘창 안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문 밖에 누가 왔다’는 ‘문 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때 ‘밖’은 ‘안’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명사이므로 앞 말과 띄어 쓴다. 물론 다른 말이 앞에 나올 필요 없이 단독으로도 쓰인다. ‘밖에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가 그런 예이다.

이와 달리 항상 앞 말에 붙여 써야 하는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다. 뒤에는 반드시 부정적 뜻을 지닌 말이 온다. ‘동생이 하나밖에 없다’든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쓴다. ‘동생이 하나밖에 있다’든가 ‘돈밖에 아는 구두쇠’ 같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 예로 든 TV 자막의 ‘밖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있다’로 바꾸어서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앞 말과 붙여 쓰는 조사임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06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74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599
3392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191
339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202
3390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08
3389 내색 風文 2023.11.24 1213
338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222
3387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236
338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245
3385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247
3384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252
3383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253
3382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257
3381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262
3380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262
3379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267
3378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270
337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270
3376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271
337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272
3374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278
3373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285
337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286
3371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2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