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6 10:49

용찬 샘, 용찬 씨

조회 수 13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용찬 샘, 용찬 씨

우리 과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 ‘용찬 샘’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용찬 샘’을 ‘용찬 선생님’으로 고쳐 부르거나 가리켜 이른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아랫사람인 학생이 윗사람인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는 그냥 ‘선생님’이라 하거나, 성명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의에 맞는다. 간혹 이름을 뺀 성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더 예의에 맞는다. 이는 외국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는 ‘오마바 대통령’이라 하지 ‘버락 대통령’이라 하지 않는다.

한편 우리말에는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쓰이는 ‘씨’가 있다. 그런데 ‘씨’는 더 이상 ‘높임’의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윗사람이 아닌,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박용찬 씨’ ‘용찬 씨’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데서 얼마간 알 수 있다. ‘씨’가 ‘높임’의 의미를 잃게 됨에 따라 20세기 중반부터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씨’대신 ‘님’이 쓰여 왔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용찬 님’을 쓰기도 한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에 맞는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골라 써야 한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덜 예의를 차린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친근함을 넘어서서 결례가 되는 말이라면 그 사용을 삼가야 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48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1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018
3348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227
3347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229
3346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231
3345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1236
3344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239
3343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240
3342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240
3341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242
3340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245
3339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246
3338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247
3337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249
3336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251
3335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252
3334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257
3333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258
333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259
3331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263
3330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1265
3329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266
3328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267
3327 상석 風文 2023.12.05 12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