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4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오늘도 뭉그적거리다 마을버스를 놓쳤다. 처마 밑 길냥이를 찾지 말았어야 했다. 언덕 위로 내달리는 버스를 쫓아가며 “여기요!” “버스!”를 외쳤지만, 무정한 버스는 못 들은 척했다.

2년 전 ‘국가 사전 폐기론’이란 자못 다부진 제목의 칼럼을 썼다. 올봄엔 <표준국어대사전> 전면 개정 소식을 듣고 ‘국가 사전을 다시?’라는 제목으로 무려 세 편의 칼럼을 썼더랬다. 줄곧 국가는 사전 편찬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였다.

토론회를 제안했다. 국립국어원, 사전 편찬가,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들, 시민들이 모여 말을 나누고 싶었다. 드디어 12월15일(목) 오후 2시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국가 사전과 언어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학술발표회가 열린다. 앞의 세 부류의 분들은 모셨다. 시민들만 오시면 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자리가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오시길(공교롭게도 다음날(12월16일) 한국사전학회에서 ‘규범 사전의 성격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린다).

국가가 성문화된 철자법(맞춤법)을 제정하고, 표준어를 선정하고(=비표준어를 지정하고), 사전 편찬마저 독점적으로 차지한 상황은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괴이하다. 국가가 말의 규범(어문규범)을 독점하고 어떤 말이 맞고 틀렸는지 채점해주는 체계 속에서 언어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이 체계를 바꿔야 한다. <표준사전>을 아무리 ‘현대적으로, 쌈박하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전 개정 작업은 이미 진행 중. 버스 떠난 뒤 손 흔들기다. 하지만 계속 흔들다 보면 혹시 모르지, 정류장을 좀 벗어나 멈춰 서는 버스기사를 만나게 될지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7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22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151
3322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973
332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118
332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778
3319 “김” 風文 2023.03.06 1211
3318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846
331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866
331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21
331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173
3314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891
33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351
3312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069
33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955
331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26
3309 ○○노조 風文 2022.12.26 925
33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972
»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470
3306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522
3305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19
3304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033
3303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239
330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865
3301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24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