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4.29 20:20

지슬

조회 수 1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슬

대만 총통부 건너에는 ‘백색공포정치 수난자 기념비’가 있다. 1947년 2월27일 전매품인 담배를 팔던 여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2·28사건’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대륙에서 온 ‘외성인’이 원주민인 ‘내성인’을 과잉진압하면서 촉발된 이 사태는 28일에 타이베이시 전역으로, 그 이후에는 대만 전 섬으로 확대되어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1987년까지 40년간 이어진 ‘백색공포’로 희생된 사람은 최대 2만8000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체는 여태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만의 ‘2·28사건’ 이듬해 제주에서는 ‘4·3사건’이 발생했다. ‘섬 해안선 5㎞ 밖의 사람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으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지슬>이 관객 13만명을 넘어섰다. <지슬>을 보는 관객은 눈물 콧물 훔치다가 어느새 키득대며 웃는다. ‘일제 총, 미제 총’을 두고 승강이하는 대목, 제 목숨 위태로운데도 ‘홀로 남은 돼지 밥’을 걱정하는 원식이 삼촌의 대사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무동 어멍(어머니)이 불에 타 죽으면서 남긴 감자, 군인에게 유린된 순덕의 주검 옆에 놓인 감자를 보면서는 눈물이 흐른다. 제목이 ‘지슬’인 까닭이 여기 있을 것이다.

제주 출신 후배에게 <지슬>을 본 소감을 물었더니 이메일로 답이 왔다. ‘4·3사건’에 대한 소회보다 ‘대사의 사실성’에 주목한 내용이었다. 뭍의 관객을 위해 자막 처리한 사투리는 물론이고 상황 속 대화도 ‘토박이의 실상을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어른들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텔레비전을 접하는 시간이 많은 젊은층은 지슬이 무슨 말인지 영화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밝힌 그의 답장은 이렇게 끝났다. ‘말과 역사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4·3과 감저(고구마)와 지슬(감자)이 모두 잊혀져 갑니다.’ 그의 말에는 잊혀가는 ‘4·3’과 사라져가는 제주 사투리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884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0327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0May
    by 風文
    2020/05/10 by 風文
    Views 1634 

    풋 / ‘열’(10) ①, ‘열’(10) ②

  5. No Image 09May
    by 風文
    2020/05/09 by 風文
    Views 1505 

    백열 / 풋닭곰

  6. No Image 08May
    by 風文
    2020/05/08 by 風文
    Views 1531 

    표준발음, 구명동의

  7. No Image 07May
    by 風文
    2020/05/07 by 風文
    Views 1467 

    위탁모, 땅거미

  8. No Image 06May
    by 風文
    2020/05/06 by 風文
    Views 1863 

    ‘엘씨디로’ / 각출-갹출

  9. No Image 05May
    by 風文
    2020/05/05 by 風文
    Views 652 

    아무 - 누구

  10. No Image 03May
    by 風文
    2020/05/03 by 風文
    Views 918 

    뒷담화

  11. No Image 02May
    by 風文
    2020/05/02 by 風文
    Views 1278 

    살인 진드기

  12. No Image 01May
    by 風文
    2020/05/01 by 風文
    Views 828 

    배뱅잇굿

  13. No Image 29Apr
    by 風文
    2020/04/29 by 風文
    Views 1304 

    지슬

  14. No Image 28Apr
    by 風文
    2020/04/28 by 風文
    Views 1308 

    벌금 50위안

  15. No Image 30Dec
    by 風文
    2014/12/30 by 風文
    Views 24200 

    간판 문맹

  16. No Image 29Dec
    by 風文
    2014/12/29 by 風文
    Views 24040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17. No Image 05Dec
    by 風文
    2014/12/05 by 風文
    Views 24672 

    휘거

  18. No Image 13May
    by 윤안젤로
    2013/05/13 by 윤안젤로
    Views 27695 

    CCTV

  19. No Image 19Apr
    by 윤안젤로
    2013/04/19 by 윤안젤로
    Views 25737 

    새 학기 단상

  20. No Image 03Apr
    by 윤안젤로
    2013/04/03 by 윤안젤로
    Views 24031 

    나, 본인, 저

  21. No Image 28Mar
    by 윤안젤로
    2013/03/28 by 윤안젤로
    Views 19616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22. No Image 27Mar
    by 윤안젤로
    2013/03/27 by 윤안젤로
    Views 19712 

    봄날은 온다

  23. No Image 18Mar
    by 윤안젤로
    2013/03/18 by 윤안젤로
    Views 20585 

    잔떨림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6 Next
/ 156